이윤택 감독 "문화계 블랙리스트, 70년대보다 더 교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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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감독 "문화계 블랙리스트, 70년대보다 더 교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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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감독 "형태만 다른 검열, 야만적인 상태"
   
▲ 이윤택 감독(연합뉴스)

[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이윤택 감독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 예술감독은 10월 13일 CBS FM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한국일보가 보도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윤택 감독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경남고등학교 동창이라 학교 다닐 때 인간성, 품격 등에 대해 언급한 TV 찬조연설이 정치적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뒤에 그것이 문제가 돼 어떤 불이익이 왔다면 그건 달게 받아야겠죠"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윤택 감독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뒤 문화재청에서 하는 숭례문 재개관 축제를 연출했을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이윤택 감독은 "'내가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한 사람이다. 그런데 괜찮겠냐' 물었을 때 청와대 문화 담당 비서관이 괜찮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턴 지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윤택 감독은 2015 문화창작기금 희곡 심사에서 100점을 맞고도 심사지원 대상에서 떨어졌다. 이윤택 감독은 "정부 당국의 얘기는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혜택을 많이 받은 중견 원로 예술인들보다는 좀 더 젊고 혜택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돌리려고 한다. 그래서 떨어뜨렸다'는 명분이었다. 그래서 거기엔 불만을 갖지 않았다"며 "사실상 대표로 있는 대학로 게릴라극장이 매년 지원을 받아왔는데 2년 전부터 지원이 끊겨 내년엔 게릴라극장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국립극단이 초청하는 국가적 행사인 콜롬비아 보고타 국제연극제에 공연을 갈 때도 지원을 못 받아 저가항공을 이용, 48시간의 비행 후 공연을 하고 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윤택 감독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사실이라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했던 그 정책들은 그 뒤에 반드시 비판을 받게 돼 있다. 왜냐하면 예술이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순수한 예술행위에 대해 좋지 않은 제약을 주거나 위해를 가했다면 그런 행동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문화 정책을 담당하는 분들이 정말 판단을 다시 해줬으면 한다. 이게 지금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몇 년만 지나면 이 모든 일들을 누가 이렇게 했느냐, 왜 이런 일을 했느냐 심판받게 되는데 그날이 왔을 때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윤택 감독은 "정부 당국으로부터 지원금이 끊긴다고 해서 연극이 죽지 않는다. 저항력이 약한 연극들, 정부 당국에 의존적인 공연 예술들은 많이 약화될지 모르지만 그런 것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키우는 젊은 연극인들이나 소극장 연극을 하시는 분들은 지원금 없이도 헝그리정신이 있어 살아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들의 견딤과 버팀이 훌륭한 작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또 "정치적인 영역의 언어들이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체가 야만적인 상태다. 문화는 문화대로 독립된 영역인데 정치적 행위가 문화적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검열시대를 거쳤는데 검열의 형태만 다를 뿐이다. 1970년대엔 오히려 물리적 위해가 있었기 때문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당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방법이 너무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어 더 치명적인 위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제보자에 따르면 문화부로부터 내려온 9,473명이 A4 용지 100장 분량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으며 표지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서명자 594명. 세월호 시국선언한 문화인 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6,517명. 그리고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1,608명이라는 개괄적인 내용이 적혀 있다. 이윤택 감독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TV 찬조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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