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 '쿠팡맨' 유니폼 입고 상품 배송 직접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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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 '쿠팡맨' 유니폼 입고 상품 배송 직접 해보니…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6월 22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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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과정 '친절-청결' 필수 소비자배려 '덤'…'긍정에너지' 유지 관건
 ▲쿠팡맨들은 본격적인 배송 직전 '쿠팡카'에 대한 손세차 작업을 진행한다. 세차를 하고 있는 기자와 상품을 선별하고 있는 쿠팡맨.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신발 벗고 올라가셔야 합니다!" (쿠팡맨)

오전 8시. 쿠팡맨들이 상품배송에 활용하는 일명 '쿠팡카'. 그 짐칸에 올라서려는 기자에게 쿠팡맨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황급히 내렸다. 시작부터 '민폐'다.

안쪽 바닥면에 노르스름한 무엇인가 깔려있다. '장판'으로 통하는 가정용 바닥재다.

"기프트(배송상품) 상자에 흙먼지가 묻으면 받는 소비자분의 기분이 좋지 않겠죠. 그래서 저희(쿠팡맨들)는 상자를 길바닥에 내려놓지 않습니다. 장판을 기프트 적재함에 펼쳐놓은 이유죠. 바깥에서 신던 신발을 신고 자기 방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잖아요."

적재 대기중인 쿠팡카 주변 상자들이 실제 그랬다. 맨바닥에 놓여있는 경우는 없었다. 발판과 같은 펼쳐진 깨끗한 무엇인가에 탑처럼 쌓여 있었다. 보통 정성이 아니었다. 이쯤 되면 '짐칸'이라는 표현이 미안할 정도다.

익숙한 듯 신발을 벗고 짐칸에 올라타는 쿠팡맨이 아직은 낯설다. 흡사 공부방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일반 택배사 배송기사들 입장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번거로움이 아닌가. 그렇게 쭈뼛쭈뼛 어리바리한 기자에게 첫 과제가 주어졌다.

"큰 상자부터 하나씩 주시면 됩니다."

제법 큰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실수로 바닥에 내동댕이치면 대형사고다. 평소 운동이라면 자신 있었다. 긴장한 채 양팔의 힘줄을 세웠다. 어라? 예상외로 가볍게 들린다. 다른 상자들도 대부분 그랬다.

"기저귀나 분유, 물티슈 등 유아동 상품 비중이 높습니다. 대부분 엄마들이 주문한 기프트들이죠. 그래서 더욱 최대한 빠르고 깨끗하게 배송해야 합니다."

엄마들의 희망은 그렇게 차곡차곡 차량 한 가득 채워졌다.

 ▲무거운 상품은 손수레로 실어 나른다. 그 과정에서도 상품이 땅에 직접 닿는 일은 거의 없다.

임무를 완수한 기자의 이마에 어느새 땀방울이 흥건하다. 이제 배송지로 출발하나 싶은 찰나. 촉촉하게 젖은 2장의 깨끗한 걸레가 손에 쥐어졌다.

"앞쪽부터 닦으세요."

세차였다. 그것도 순도 100% 손세차. '민폐'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무엇인가 닦는 척 하며 차량 뒤쪽 쿠팡맨을 곁눈질했다. 눈에 보이는 휠과 바퀴는 물론 숨어있는 바퀴 안쪽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새차'로 만들기 위한 '세차' 작업에 다름 아니었다.

"길에 돌아다니는 쿠팡카 한번쯤은 보셨죠? 아마 대부분 방금 세차를 마친 듯 깨끗한 차량이었을 겁니다. 회사(쿠팡)의 얼굴이자 쿠팡맨들의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쿠팡맨들은 매일 이렇게 (차를) 관리합니다. 그러나 보니 자연스럽게 차를 아끼게 되죠."

단 한번이라도 손세차를 해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 자체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꼼꼼함의 정도에 따라 수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도 다반사다.

아이러니하게도 '로켓배송'의 핵심은 빠른 배송이다.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보다 효율적인 시간 배분과 활용이 필요하다 느낄 때 즈음.

"오늘은 기자님이 오신다고 해서 예전 방식으로 직접 세차를 해 본 겁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차량관리를 전담하시는 '헬퍼'(도우미)분들이 도와 주고 계십니다. 쿠팡맨들 처우 개선을 위해 회사에서 고용한 분들입니다. 1년 전 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죠. 쿠팡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작게나마 이렇게 현장에서 느낍니다."

상품 싣기와 연이은 세차에 기자의 상의는 이미 땀에 절었다.

첫 번째 배송지를 향해 차량에 몸을 실었다. '알프스 산맥을 오르더라도 내 손으로 꼭 상품을 전달하겠다'는 다짐은 에어컨 바람 앞에 이내 무너졌다. 빌라촌이 아니길 고대하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 불과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빌라의 경우 계단을 이용해 직접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터였다. 쿠팡맨 뿐만이 아닌 여타 배송기사들이 공통적으로 힘들어 하는 배송장소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엘레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가 수월하다.

 ▲상품 배송을 직접 체험해보는 기자. 사진 속 상자 윗면에 파란색 리본이 붙어있다. 소비자들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쿠팡맨들의 배려다.

쿠팡맨이 '핸즈프리'를 사용해 주문자에게 전화를 건다.

"행복을 전해드리는 쿠팡입니다. OOO고객님 맞으십니까…지금으로부터 약 5분 후에 주문하신 상품이 도착할 예정입니다. 댁에 계신지 확인 차 전화 드렸습니다…그럼 잠시 후 뵙겠습니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 쿠팡카.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나이스!'를 외칠 뻔 했다.

1층 각 세대 공동출입문 앞에서 상자에 적힌 호수를 누른 쿠팡맨. 그의 목소리에는 상냥함이 넘쳤다. 메르스 여파로 위생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얼굴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다.

쿠팡맨들은 보통 '쿠팡'이 영문으로 자수돼 있는 모자를 착용한다. 그렇더라도 여기에 마스크가 더해지면 인터폰 너머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살 수 있다. 턱에 걸친 채 코 까지만 살짝 가린 모습이다.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라는 일종의 신뢰감 부여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다른 주민들에게도 미소와 덕담은 필수다. 어떤 아주머니는 지난번 가져다 준 유모차를 손주가 잘 타고 다닌다며 쿠팡맨의 팔을 고마운 듯 쓰다듬는다. 로켓배송을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꾸준함이 가져다 주는 작은 인맥이 얼마만큼 넓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드디어 주문한 소비자의 현관문이 열렸다. 익숙한 듯 반갑게 맞이했다. 평소 쿠팡맨들이 현장에서 소비자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문득 기자의 동선에 맞춰 미리 계획해놓은 각본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음 목적지 역시 아파트였다. 쿠팡맨을 상품 주문자에게 올려 보내고 기자는 홀로 관리실을 찾았다.

"어? 그 총각 아니네? 새로 온 총각인가? 무슨 사진 찍게?"

쿠팡맨들은 상품을 관리실에 맡길 때 반드시 '인증샷'을 촬영해 주문자에게 전송한다. 현관문 앞에 두고 갈 때도 마찬가지다. 상품이 정상적으로 배송됐다는 확인이다. 분실과 같은 분쟁을 근원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기자가 입을 떼기도 전 반가운 이웃을 맞이하듯 태도 곳곳에 배려가 묻어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너털웃음을 짓는 관리아저씨.

"요새 이렇게 예의가 바른 젊은이들을 찾기 어렵지. 아무리 돈 벌려고 하는 거라고 해도 이게(배송 업무가) 고되고 정신적으로 피곤하거든.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겠어. 몸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야. 나 같으면 못해. 그런데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하는 내 친구놈이 그러는데. 그쪽에 오는 쿠팡 젊은이도 그렇게 싹싹하다네. 천성이 착하거나 회사에서 교육을 잘 시키는 거겠지."

 ▲쿠팡맨들은 주문자가 부재중인 현관 앞에서 '인증샷'을 촬영해 주문자에게 전송한다. 상품을 관리실에 맡길 때도 마찬가지다. 분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근원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상가에서 만난 상가 관리인도, 시장통에서 만난 시장 상인들도, 쿠팡맨에 대한 평가는 시종일관 우호적이었다.

"제가 올해 서른입니다. 쿠팡맨은 총 1년 4개월 정도 했고요.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이 일을 하고 계십니다. 저 만큼이나 대부분 즐겁게 일하십니다. 그전 까지는 이전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쿠팡맨을 하게 되면서 한가지 중요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즐겁게 일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 내가 웃으면 소비자도 웃는다는 것.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에 해당되지 않을까요."

긍정이 탑재된 젊음은 파괴력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 즉 쿠팡 입장에서 오롯이 순작용이다. 기름칠을 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는 기계와 같다. 쿠팡맨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자 살아있는 마케팅이다. 당장의 금전적 이득이 아니더라도 무형의 천문학적 이득은 끊임없이 쌓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약 1조1000억원을 투자한 이유. 그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추동력을 잃지 않고 얼마나 유지해 나가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쿠팡 경영진들의 이해와 고뇌가 집중돼야 장기적 해법이 겨우 도출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

"기자님 오늘 기프트 배송 완료될 때까지 저와 계속 돌아다니는 것 아니었어요? 저는 당연히 그런 줄 알았죠. 이렇게 반나절만 하는 줄 알았으면 언덕배기 빌라부터 가는 건데. 제가 동선을 잘 못 짰네요."

일부러 말을 아낀 것은 아니었지만 내심 안도감이 밀려왔다. 웃는 얼굴로 '농담 반 진담 반'을 건네는 쿠팡맨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존경합니다. 회사의 크기나 업종, 보수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분들을 저는 개인적으로 존경합니다. 그런 분들 만나기가 요새는 어렵거든요. 시간 되시면 컨슈머타임스 기사도 종종 읽어주세요. 비록 작은 언론사지만 쿠팡맨님 같은 마인드를 가진 그런 멤버들이 모여 열심히 만들고 있거든요."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연히 마주친 쿠팡카.

기프트 전달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려는 한 쿠팡맨과 마주쳤다.

"수고하세요~"

인사를 먼저 받은 쪽은 이번엔 쿠팡맨이었다.

 ▲주문자가 부재중인 경우 손편지를 남기기도 한다. 상품의 특성에 따라 쿠팡맨들이 자율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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