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발암 치약' 안전 vs 위험 소비자·기업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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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발암 치약' 안전 vs 위험 소비자·기업 '멘붕'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0월 08일 0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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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치약 대부분 파라벤·트리클로산 함유 "체내 축적되면 문제…7~8번 헹궈내야"
   
▲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을 둘러싼 안전성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치약이 충분히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체내 축적을 경고하는 전문가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식약처 관리소홀을 질책하는 정치권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정확한 정보에서 소외돼있는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크게 증폭되는 모양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치약생산업체들도 난감한 표정이다. 소비자 불신에서 촉발된 불매운동 등 거센 역풍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하루 3번, 3분 이상씩 우리 입에 머무는 '파라벤 치약'을 둘러싼 이번 논란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해봤다.

◆ 국내 치약 3분의2에 파라벤…기준치 초과 제품도

Q. 국내에서 허가 받은 치약의 3분의2 이상이 안전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식약처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의약외품으로 허가 받은 2050개 치약 가운데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은 1302개(63.5%),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치약은 63개(3.1%)였다고 주장했다. 

파라벤은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시키는 방부제의 일종이며 트리클로산은 항균효과가 있는 화학물질이다. 이들이 암 발병률을 높이거나 각종 호르몬 분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관련해 미국 미네소타주는 지난 5월 트리클로산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미국 치약제조회사인 콜게이트-팜올리브사는 2011년부터 트리클로산의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덴마크는 3세 이하에게 파라벤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유럽연합(EU) 소비자안전위원회는 6개월 이하에 사용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영∙유아에 특히 유해하다는 판단에서다.

Q. 우리의 경우는 어떤지. 

== 우리나라는 치약 제품에서 파라벤을 0.2% 이하로 허용하고 있으며 트리클로산의 경우 화장품과 세정제에는 최대 허용치가 0.3%로 규정돼 있다. 단 치약에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치약 등 의약외품의 성분표기 규정에는 주요 성분만을 기재하도록 돼있어 소비자가 개별 제품에 이들 성분이 함유돼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Q. 안전기준치를 초과한 제품들도 있다고 발표됐는데.

== 김재원 의원 측에서 식약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 중 일부 제품은 허용 기준치인 0.2%를 초과하는 파라벤을 함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제품은 0.3% 가량의 트리클로산을 포함하고 있었다.

Q.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료 제출 과정에서의 단순실수라는 입장이다.

== 파장이 커지자 식약처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파라벤과 트리클로산 모두 현행 의약외품 제조 단계에서 사용이 허가된 성분이며 특히 치약 보존제로 사용되는 파라벤의 경우 함량 기준이 국내는 0.2%로 유럽연합이나 일본의 0.4%보다 더 낮다고 해명했다.

파라벤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지적 받은 두 제품도 실제로는 허용치 안에 있는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수치가 잘못 기재됐다는 주장이다. 식약처는 담당자들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Q. 제품 관리 미흡이든 자료 제출상 실수든 식약처가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 김 의원은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식약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단순 착오로 수치를 잘못 제출했다는 것은 지난 16년 동안 국민의 식품과 의약품 안전관리를 총괄한 감독기관으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

자료를 틀리게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관리 감독을 얼마나 부실하게 했는지를 방증하는 직무유기라는 얘기다. 또 기준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는 성분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토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Q. '파라벤 치약'의 안전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성분들이 인체에 유입되면 아이들의 경우 고환암, 성인 여성의 경우에는 유방암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물질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회 사용이 아닌, 구강 내 누적이 될 경우 혈류를 타고 오랫동안 체내에 잔존하게 돼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Q.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이미 인체에서 파라벤이 검출됐다는 보고도 있다.

== 지난해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어린이계층의 파라벤류 바이오모니터링' 보고서에서 분석 대상자 1021명 대부분의 소변에서 파라벤이 검출됐고 특히 3∼6세에서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보고서는 파라벤은 내분비계장애 추정물질로서 성장기 어린이에게 매우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성의 미성숙뿐 아니라 여성의 성조숙증 유발 가능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고 있어 민감군인 어린이계층의 파라벤 노출수준 파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Q. 유아용 치약과 구강용 물티슈의 안전기준 차이도 논란이 되고 있다.

== 어린이용 치약에 대한 파라벤 허용 기준치가 구강티슈 등 비슷한 용도의 제품에 비해 훨씬 높게 설정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실에 따르면 구강티슈의 파라벤 허용 기준치는 0.01% 이하인 반면 어린이용 치약은 0.2% 이하로 20배나 높게 설정돼 있다. 구강티슈와 치약은 같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치약의 파라벤 허용 기준치가 과도하게 높게 설정돼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어린이용 치약에 대해서 허용 기준치를 구강티슈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김의원 측은 주장했다.

Q.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 등 주요 치약 생산업체의 타격도 우려된다.

==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파라벤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제품이 어느 회사 제품인지 알려달라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유럽 등 해외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불안∙불신에서 비롯된 소비자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양치 후 입안 7~8번 강하게 헹궈야"

Q. 치약은 현재 의약외품에서 향후 화장품으로 분류될 예정이다. 괜찮은지.

== 이는 시장 진입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화장품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하지만 역시 안전성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 6월 피부에 국한됐던 화장품 범위를 '치아 및 구강점막'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치약은 물론 치아미백제까지 화장품으로 재편된다.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으로 분류될 경우 약사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화장품으로 분류되면 이런 규제가 사라진다. 관리·감독 기준이 느슨해지면서 안전성이 취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관계자는 "치아 및 구강점막용 제품은 구강을 통해 흡수되는 만큼 부정확한 사용으로 인해 부작용 등 인체 위해 소지가 많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현재와 같이 의약외품으로 취급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Q.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나.

== 치약은 완두콩 크기만큼, 즉 최소양으로 사용하고 양치가 끝난 후 최소 7번~8번 정도 강하게 입을 헹궈내 파라벤 농도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파라벤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기재된 제품을 찾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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