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롯데 유통공룡 '공든탑' 납품비리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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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롯데 유통공룡 '공든탑' 납품비리 '와르르'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6월 27일 0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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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헌 전 대표, 전·현직 직원 줄줄이 구속…홈쇼핑 채널 재승인 '불투명'
   
▲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롯데 유통부문이 신헌 전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수십명이 무더기로 구속 기소되는 사상 초유의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으로 휘청대고 있다.

말단 직원부터 회사 대표로 이어지는 '비리 먹이사슬'에는 아들이나 아버지 등 친인척뿐만 아니라 전처, 내연녀 동생의 계좌까지 동원됐다. 당장 내년에 홈쇼핑 채널 재승인 심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사업권을 뺏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롯데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 '납품비리' 롯데홈쇼핑 전∙현직 직원 무더기 기소

Q.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 등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수사는 어느단계인가.

== 검찰은 지난 3월17일 롯데홈쇼핑 사무실 등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 3개월여에 걸쳐 수사했다. 납품업체를 상대로 '갑의 횡포'를 부려온 회사 직원 수십명이 기소됐다. 리베이트를 챙기거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 등 7명이 구속기소, 전·현직 상품기획자(MD)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신 전 대표 등은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검찰은 이들에게 뒷돈을 건네거나 비자금 조성을 도운 벤더·납품업체 대표 14명 중 김모씨를 구속기소하고 허모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영세 납품업체 대표 6명은 약식기소했다.

Q. 말단 직원부터 대표까지 납품업체를 상대로 뒷돈을 챙겼다는데.

==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는 2007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홈쇼핑 론칭과 백화점 입점 등 편의제공 명목으로 벤처업체와 카탈로그 제작업체 등 3곳으로부터 1억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08∼2012년에는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이후 지난 4월까지는 롯데쇼핑 대표로 재직했다. 신 전 대표는 부하 직원들과 짜고 인테리어 공사비를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3억272만원을 횡령, 2억2599만원을 사적으로 쓴 혐의도 있다.

임직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뒷거래를 하며 돈을 챙겼다. 영업 분야 간부들은 상품광고방송을 이른바 '황금시간대'에 넣어주겠다며 적게는 1400만원에서 많게는 9억8410만원까지 뒷돈을 받았다. 총무팀장과 경영지원부문장 등 비영업분야 간부들은 '을'의 위치에 있는 회사 인테리어 공사업체를 동원해 회삿돈을 빼돌리고 일부를 신 전 대표에게 상납했다.

Q. 뒷돈을 받는데 가족들은 물론 전처, 내연녀 동생 계좌까지 동원됐다.

== 전직 MD 정모씨는 그랜저 승용차를 챙겼고 뇌물통장이나 주식정보 제공 등 다양한 형태로 대가를 받았다. 하모씨는 MD로 일하며 주식투자 종목을 소개받았다가 손실이 나자 납품업체에 주식을 비싸게 되파는 수법으로 4000만원을 챙겼다. 다른 임직원들도 이혼한 부인에게 매달 300만원씩 생활비를 부쳐달라고 하거나 부친의 도박 빚 1억5000만원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일부는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렵도록 전처나 내연녀 동생 계좌를 동원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Q. 홈쇼핑 업체의 납품비리 사건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는 아닌가.

== 홈쇼핑업체와 납품업체가 '갑을관계'라는 데 이견을 달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납품업체가 중소∙영세업체인데다 구매담당자가 상품을 발굴하고 방송까지 기획하다 보니 막대한 권한을 휘두르게 된다. 뒷돈을 주더라도 홈쇼핑 판로를 확보하면 방송 1회만으로 수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검은돈'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

2012년 4개 홈쇼핑업체의 납품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지만 2년만에 또 롯데홈쇼핑 비리 사건이 터졌다. 업계 전반에 이 같은 음성적 거래가 만연해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들어서는 MD는 물론 상품 기획부터 방송에 이르기까지 각 부문 담당자 권한을 분산하며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쉽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 내년 채널 재승인 불투명…심사 규정 강화

Q. 이번 사건으로 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롯데홈쇼핑이 내년 5월 예정된 홈쇼핑 채널 재승인 심사 때 최악의 경우 재승인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법원이 롯데홈쇼핑 횡령 납품비리 사건을 법인 차원의 문제라고 판결할 경우 롯데홈쇼핑은 채널을 반납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납품비리 등 공공성과 공정성을 저해한 홈쇼핑 채널에 대해 재승인 심사시 불이익을 주는 방침을 확정했다. 올해 11월까지 홈쇼핑 채널 재승인 기본계획을 검토해 내년 5월 재승인 전까지 불이익 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Q. 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 여부가 롯데그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텐데.

== 미래위의 기본 방침이 신뢰성과 공익성이 강조되는 방송 산업인 홈쇼핑 재승인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독과점 시장으로 '갑의 횡포'가 사라지지 않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롯데는 우리홈쇼핑을 인수,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재승인을 받을 때 중소기업 제품 비율을 65% 이상으로 편성하는 등 중소협력업체 보호 및 상생 방안, 고객보호 방안, 공적책임, 공익성 확보 등의 조건을 부과 받았었다. 법원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롯데홈쇼핑은 살얼음판을 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 20%로 77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매년 10% 이상고속성장한 사업이라 그룹 내에서도 주력 계열사로 꼽힌다. 롯데그룹 매출은 백화점, 마트, 홈쇼핑을 비롯한 유통계열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유·무형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Q. 롯데홈쇼핑 비리 사건과 관련, 그룹 차원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내리려 하는 상황이지 않나.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홈쇼핑의 납품 비리 사건을 언급하며 부정∙비리 척결 의지를 밝혔다. 신 회장은 최근 열린 그룹 사장단회의에서 이번 일을 그룹 내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는 표현을 쓰며 크게 유감을 표했다. 각 사 대표이사들의 책임 하에 내부 시스템에 허점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부정∙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다시 한 번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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