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비자들이 블루보틀 상륙에 열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직 블루보틀에서만 마실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와 심플한 인테리어에서 얻는 만족감을 고대한 것이다. 필자 역시 성수점 오픈 당일 4시간 동안 줄을 서 대기했다. 이번에는 오픈 30분 전 간단한 미디어 투어를 갖고 블루보틀의 철학을 듣는 기회가 생겨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게 됐다.
'붉은 벽돌집' 콘셉트로 힙한 느낌을 줬던 성수점과 반대로 5일 오픈한 삼청점은 블루보틀 특유의 흰색 외관에 자연친화적 조경으로 깔끔한 이미지를 남겼다.
대기 인원은 50여명 정도로 성수점보다 한산했다. 동시에 여러모로 첫 오픈 당시보다 정돈된 느낌을 줬다.
곳곳에 거대한 크기의 파라솔을 설치해 더운 날씨 방문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점이 특히 그랬다. 파라솔이 닿지 않는 곳에 선 대기자들은 검은색 장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이 역시 블루보틀 측에서 제공한 것이었다.
직원들은 수시로 얼음물을 가지고 다니며 대기자들에게 물을 나눠줬다. 오픈을 기념하는 시루떡도 돌렸다. 성수점 대기 당시 2시간 넘게 기다린 후에야 물을 제공 받아 힘들었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 아찔해졌다.
삼청점의 경우 대중교통 편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오픈 시간도 오전 10시로 잡았다. 실제로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이 가장 가깝지만 그곳에서도 도보로 10분은 족히 걸어야 했다.
블루보틀은 삼청동 한정판 굿즈를 준비하는 데도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앞서 성수점에는 투명 유리컵에 하늘색 블루보틀 로고를 넣은 '블루보틀 글라스 머그'를 선보여 연일 품절 사태를 빚는 등 인기를 끌었다. 삼청점도 도예가 이정은과 협업한 스페셜 머그와 기와의 아름다운 패턴을 녹인 '서울 토트백'을 준비했다.
굿즈 존 아래에 비치된 '제품 태그'를 카운터에 들고 가면 교환해주는 방식을 취한 점이 독특했다. 제품 파손이나 인력 운영 효율 측면에서 탁월해 보였다.
무엇보다 삼청점은 '분업'이 잘 돼있었다. 1층에서 주문한 커피를 2층에서 픽업하는 방식이다. 단 푸드는 1층에서 곧바로 받을 수 있다.
회색 톤인 1층과 달리 베이지 계열의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꾸며진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곳에 설치된 테이블은 코르크 소재로 전반적인 인테리어 조화는 물론 환경까지 생각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만 했다.
이곳에서는 삼청점 오픈을 기념해 마이클 필립스 디렉터가 직접 '사이폰'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는 오는 9일까지 머물며 고객을 응대할 예정이다.
오른쪽 문을 열면 테라스 자리도 마련돼있다. 날이 선선해지면 이곳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이언 미한 최고경영자(CEO)는 성수점에 이어 삼청동에도 등장해 고객들과 소통했다.오픈 시작시간인 10시가 되자 미한 CEO는 도어맨을 자처해 직접 문을 열고 입장객들과 악수를 나누며 환대했다. 내부에서도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그들의 커뮤니티에 합류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