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스트리트 문화와 힙스터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뉴욕 윌리엄스버그의 독립 서점을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윌리엄스버그의 새로운 다크호스", "뉴욕 매거진"이라는 별명과 함께 주류 출판계로 유입됐다. 그 후 별도의 마케팅이 없는 '자비 독립 출판물'로서는 이례적으로 아마존 연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급기야 1만 부 단위로 증쇄를 거듭하며 순식간에 10만 부를 팔아 치웠다.
'산소 도둑의 일기'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 '파격적인 내용' 덕분에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2017년 '미투 운동'으로 절정을 이룬 페미니즘의 열기 속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경악해한 것은 역시나 "어째서 남성들이 여성에게 그토록 거리낌 없이 폭력(혐오)을 행사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이 책은 스스로를 '여성 혐오자'라 자인(自認)하며 "여성들에게 상처를 주는 데서 흥분을 느꼈다"라고 파렴치하게 선언하는 한 남성의 고백을 담고 있다.
여성 혐오자의 내면을 고백록(혹은 일기) 형식으로 여과 없이 그려 낸 '산소 도둑의 일기'는 그동안 사랑과 관심이라는 미명 아래 이뤄져 온 데이트 폭력과 가스라이팅, 성적 착취의 메커니즘을 낱낱이 고발하는 일종의 조서(調書)로서 수십만 독자에게 주목을 받았다. 익명의 화자가 자랑스럽게 드러내 보이는, 가해자임에도 피해자라 주장하는 심리의 기저에는 편집증적 망상과 (외모, 성적 능력과 결부된) 열등감 등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마침내 (일반적인 이성애자) 남성의 민낯을 보았다.", "알코올 중독자 홀든 콜필드와 능력 있는 사진작가 롤리타의 만남!"이라고 환호하는 한편, 익명의 화자를 둘러싸고 '실존 인물이냐?', '남성이냐, 여성이냐?', '실화냐, 픽션이냐?' 등 다양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렇듯 '산소 도둑의 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독자들의 호불호를 넘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