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재벌가 오너들만 욕을 먹어야 할까. 그들을 옹호하거나 양비론을 펴겠다는 게 아니다. 어쩌면 재벌가 갑질에 분개하며 그들을 욕하던 소비자들 중 상당수도 일상적으로 상대적인 약자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갑질을 자행해왔다고 지적하고 싶은 거다. 그리고 이젠 멈춰달라고 얘기하고 싶다.
알바몬이 지난 3일 발표한 아르바이트생 952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중복응답)에 따르면 이들 중 90.2%가 '아르바이트 중 소비자(고객)의 비매너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말하는 소비자(51.1%), 깎아달라며 생떼를 쓰는 소비자(27.5%), 돈이나 카드를 던지는 소비자(26.9%), 자신의 실수를 아르바이트생에게 전가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소비자(24.8%), 생트집을 잡아 화풀이를 하는 소비자(16.3%), 인사해도 안 받는 소비자(12.1%), 아르바이트생을 부당하게 부려먹는 소비자(9.3%) 등 비매너의 양상도 다양했다.
그저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라는 이유만으로 직원에게 하대하거나 무례한 행동을 하고 막무가내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재벌가 갑질 피해자들을 보며 '그들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식, 배우자, 부모'라고 안타까워했다. 그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점원, 아르바이트생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새해 핵심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매너 소비자' 또는 '워커밸(Worker Customer Balance)'이 주목받고 있는 점은 참 반갑다. 소비자의 권리만큼 판매자의 인권도 지켜줘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목소리들이 드디어 힘을 얻는 것 같아 안심도 된다. 이제라도 예약부도(no-shoe), 진상(black Consumer) 등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해온 매너 없는 소비행태가 사라지길 바라본다.
그래서 한 편의점 매대에서 붙어 있던, 누군가는 그저 스쳐지나갔을 한 사려 깊은 점장의 메시지를 한 번쯤 다시 되새겨볼 수 있도록 여기에 옮겨 본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손님을 내보내겠습니다. 우리 직원은 당신의 하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