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비만약' 개발 멈춘 화이자…일동제약, 국내 기업 중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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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비만약' 개발 멈춘 화이자…일동제약, 국내 기업 중 선두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경구용(먹는 약)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치료제가 비만치료제 시장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른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추진 중이던 경구용 제제의 개발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빠르게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임상에 진입한 일동제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도 이제는 주사에서 알약으로의 전환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피하주사 제형은 정기적인 주사 투여에 대한 부담, 통증, 심리적 저항 등으로 환자의 순응도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복용 편의성과 치료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경구용 약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이자가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화이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1일 1회 복용을 목표로 개발 중이던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다누글리프론'의 임상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임상 참가자 중 1명에게서 간 손상 증세가 나타난 것이 계기가 됐다.  

다누글리프론은 신약 제조의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에서 개발이 중단되면서 화이자는 다시 한번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앞서 화이자는 2023년 다누글리프론의 1일 2회 복용 제형 개발 당시 부작용 문제로 임상을 한 차례 중단한 바 있다. 

크리스 보쇼프 화이자 최고 과학책임자(CSO)는 "화이자는 경구용 GIPR 길항제 후보물질과 조기 단계의 비만 프로그램을 포함한 파이프라인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며 "다누글리프론 개발을 중단하게 된 것은 아쉽다"라고 말했다. 

화이자의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경구용 GLP-1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일동제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동제약그룹의 R&D 자회사 유노비아는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후보물질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1상에 진입해 단회 및 다회 용량 상승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약물은 저분자 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합성 신약으로 △체내 인슐린 분비 촉진 △혈당 조절 △식욕 억제 등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국내에서 임상에 진입한 GLP-1 계열의 합성 신약은 현재로선 ID110521156이 유일하며 글로벌 기준에서도 개발 속도가 빠른 축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도 비만 치료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삼고 'H.O.P'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저분자 화합물 기반 경구용 비만 치료제도 포함돼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자사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는 현재 비임상 단계에서 꾸준히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이 같은 저분자화합물 기반 비만 치료제가 주사제의 복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유사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차세대 옵션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삭센다와 위고비 등 GLP-1 계열 펩타이드 치료제는 대부분 주사제로 투여된다. 펩타이드는 생물학적 제제로, 우리 몸의 호르몬이나 신호 전달 물질을 모방하거나 직접 활용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다만 분자 구조가 크고 복잡해 위장 내 효소나 산에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경구 복용이 어렵고 피하주사 형태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저분자 화합물은 분자 크기가 작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위장을 통과해 체내에서 흡수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알약 형태의 복용이 가능하고 대량 생산 및 제제화가 쉬워 상업화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생물학적 제제는 효과가 정밀하지만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높다"며 "반면 저분자 화합물 등 합성 의약품은 생산성과 제제화가 용이해 대중화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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