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의 IT밸리] 가전 업계 '숙명의 라이벌' 혈투가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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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의 IT밸리] 가전 업계 '숙명의 라이벌' 혈투가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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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윤호 기자 | '숙명의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양사는 국내 가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며 자연스럽게 경쟁 관계가 형성됐다.

올해는 특히 경쟁이 더 치열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편리함 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주목 받고 있는 '인공지능(AI) 가전' 시장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며 해당 시장 선점을 위한 주도권 다툼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연결' 등을 강화한 비스포크 AI 신제품을 선보이자 LG전자는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으로 맞불을 놓는 식이다. LG전자 측은 AI가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해 보다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인공지능을 공감지능으로 재정의 했다.

판매된 가전에 AI 등 새로운 기능을 업그레이드 해주는 서비스 경쟁도 이목을 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전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주는 '스마트 포워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LG전자가 지난 2022년부터 구매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주는 '업(UP) 가전' 서비스를 해온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포워드를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경영자(CEO) 간 기싸움도 뜨겁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가 "AI 가전의 시초는 LG전자가 만들어 낸 업 가전"이라고 말한 데 대해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어떻게 빨리 소비자에게 혜택을 누리게 하고 가치(밸류)를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시작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들의 혈투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모멘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부진했던 실적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4분기 생활가전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삼성·LG전자는 올 1분기 가전 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선 양사가 기존 제품을 답습한 신제품 출시 대신 AI라는 신기술을 제품에 녹여내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 것이 주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 같은 AI 가전이 나올 수 있었던 건 타사보다 한발 앞서기 위한 경쟁의식이 바탕이 됐다.

AI 가전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

여름철을 앞두고 에어컨 구매를 위해 가전양판점에 방문했다는 40대 A씨는 "깜짝 놀랐다"고 운을 띄었다.

이어 "냉방 성능만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출시된 AI 에어컨은 주변의 정보를 결합해 스스로 공간을 최적화시키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제품 종류도 다양해 무엇을 사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고 미소 지었다.

물론 지나친 경쟁은 독이다. 일례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식의 상호 비방전은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제품'과 '기술', '서비스' 등을 전면에 내세운 한판승부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낸다. 양사의 뜨거운 혈투가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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