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마음먹고 하면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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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마음먹고 하면 못 막는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9월 20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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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하나SK 카드 정보유출 파장… 업계 '집안단속' 골머리
   
 

"내부 임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개인정보 유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A카드사 관계자)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용사 등 국내 여신금융업계가 잇따른 개인정보유출 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카드와 하나SK카드가 각각 회원정보 유출파문에 휩싸인 가운데 대다수 업체들이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PC 개인정보자료 삭제 등 업계 '초비상'

19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SK카드는 최근 자체 감사결과 200여건의 고객정보를 유출한 정황을 잡고 관련자 ㄱ씨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ㄱ씨는 사내에서 텔레마케팅(TM) 기획업무를 전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이 업무 특성상 수월해 '외부유혹'에 넘어갔을 공산이 큰 것으로 하나SK카드 측은 추측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이보다 앞선 이달 초 80여만건의 고객정보를 내부 직원이 유출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하나SK카드와 마찬가지로 '내부그물'에 먼저 걸렸다.

유출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지만 문서출력 형태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던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연이어 터진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타 카드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개인PC에 저장 돼 있는 자료를 삭제하거나 중요한 데이터의 경우 회사 중앙서버에 올린 뒤 삭제하는 '인증' 작업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악의를 가지고 내부정보에 접근하는 경우 사실상 사전단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사내에 다중의 보안대책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개인정보를 다루는 직원들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우리 같은 카드사뿐만 아니라 어떤 기업이든 임직원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어렵다"고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어둠의 경로'를 통한 개인정보 매매수익 유혹이 국내 기업 전반에 뿌리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몇 명에 얼마' 식으로 개인정보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어 살림이 빠듯한 월급생활자들의 경우 언제든지 덫에 걸려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9월 현재 온라인 상에는 가입회원수가 많은 카페나 동호회를 대상으로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개인정보수집이 주 목적인 업체나 개인들이 매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가령 회원수가 100만명인 카페의 경우 4500만~50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인당 개인정보 가격은 45~50원선. 삼성카드에서 유출된 80만건의 개인정보를 여기에 단순 대입하면 4000만원 이상의 불법적 소득이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 삼성카드 80만건 개인정보, 4000만원 이상 불법소득?

'개인정보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카드사나 할부금용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검은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 이미 조성돼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나 금융사, 캐피탈사 등 개인정보를 많이 다루는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보안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특정 서버접근 기록은 물론 심지어 어떤 문건을 출력했는지 여부도 기록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사소한 출력물에 대한 개별점검이나 윗선에 보고하는 단계는 일일이 거칠 수가 없지 않느냐"며 "이 같은 방식으로 개인정보 유출이 이뤄진다면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활용자체가 불가능하게끔 민관합동의 대규모 시스템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소비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직장인 장모씨는 "어느 사이트든 가입조건으로 내거는 것이 '개인정보 활용동의'에 체크를 하라는 것"이라며 "이런 것만이라도 못하도록 제도나 정책이 개편되면 소비자들의 피해가 점진적으로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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