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빙하기'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카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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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빙하기'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카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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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레고랜드발 '돈맥경화'로 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손을 떼면서 건설‧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빙하기를 맞고 있다. 내년까지도 경기 반등의 기미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집값 하락 가속화와 건설 수주 감소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화와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더 강력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롯데건설이 9일 부동산 PF 위기 조기대응을 위해 롯데정밀화학에서 30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실시했다고 공시했다. 내년 2월 8일까지 운영자금으로 쓸 목적이고 회사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지난달부터 벌써 세 번째로 총 1조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PF 위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 건설사가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면 중견 및 지역 건설사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경남 지역에 소규모 공사를 수주한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1금융권 PF가 막히고 2금융권에서도 까다로운 심사기준이 이어지다 보니 14% 이자를 줘야 하는 브리지론을 연장하는 것으로 땜질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사업 자체가 엎어지면 우리는 부도 걱정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브릿지론(Bridge Loan)은 개발 사업을 책임지는 시행사들이 본 사업에 대한 PF 전환 전까지 빌리는 자금이다. 통상적으로 토지대금이나 건설공사 착수 직전까지 필요한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브릿지론 금리도 최대 20%포인트 이상 오르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압박 수위가 커지고 있다. PF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전국의 중소사업장이 연이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3일 '주택시장 침체기 부동산 금융의 영향과 기회 산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PF 부실화는 단기물 후순위 성격의 브릿지론에서 표면화하고 있으며 관련 채무보증과 자산 비중이 높은 증권사, 캐피털, PF대출펀드 중심의 운용사부터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현재 부동산 PF시장의 리스크는 주로 브릿지론 단계부터 표면화하고 있다"며 "2020년부터 주택시장 호황으로 본PF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 경쟁이 심화했으나 올해 들어 사업성 저하로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다만 건설사에 대해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대보증 등 직접적인 형태의 신용보강을 회피하고 자금보충, 책임준공 등 제한적 형태의 신용보강으로 전환해 수익성은 낮아지더라도 사업 안정성은 향상됐다"며 "이번 사이클에서 건설사의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최근 위기에 직면했던 둔촌주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대한건설협회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종합건설사 중 부도를 맞이한 업체가 4곳으로 지난해(2곳)의 두 배에 달한다. 지난 9월에는 충남 지역의 중견건설사인 우석건설이 납부 기한이 도래한 어음 결제에 실패해 1차 부도 처리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역 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와 달리 자체 보유 현금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사업을 수주하고 금융권 PF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하는 형식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당장 자금줄이 막혔으니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 대책이 없으면 부도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유동성 위기 타개를 위해 건설업계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 △대한건설협회 △부동산개발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과 한데 모인 간담회에서 규제 완화와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 간담회에서 건설업계는 정부가 지난달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확정한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온기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건설과 주택시장을 가로막고 있는 실질적인 금융 규제 완화와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부 측은 "건설업계가 매우 어렵고 힘들어하는 부분은 너무 잘 알고 있고 사태의 심각성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자칫 시장에 더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시장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신규 대출이 당장 안 된다고 해서 구원 투수로 나오라고 하는 건 상황을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중견·중소건설사가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모아 신용 보강을 해 가도 금융회사가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는 현실을 토로했다. 이에 정상적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정상적으로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아울러 현재 금지하고 있는 주택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의 한시적 해제와 IMF위기 당시 시행됐던 미분양 주택에 대해 건설 자금이나 준공 후 운영 자금 지원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면밀한 시장 조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공적 자금 투입과 보증기관을 통한 보증확대를 경계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존 대책 이외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 지원을 10조원 규모로 늘리고 금융 관련 규제도 일부 풀기로 해 시장에서도 이를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미 커진 유동성 위기로 앞서의 대책으로는 부족해 특단의 카드를 내놓지 못하면 건설사, 금융사, 소비자로 이어지는 피해는 스노우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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