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때문" vs "방만 경영"…푸르밀 '사업 종료' 여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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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때문" vs "방만 경영"…푸르밀 '사업 종료' 여진 지속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10월 19일 0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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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푸르밀 대표

[컨슈머타임스 안솔지 기자] '가나 초코우유',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바나나킥 우유' 등으로 유명한 유가공 전문기업 '푸르밀'이 다음 달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푸르밀은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출발했으며 2007년 롯데햄우유에서 롯데우유로 분사되며 푸르밀로 개명했다.

2012년 매출 3132억원을 기록하며 고점을 찍었던 푸르밀은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결국 오는 11월을 끝으로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회사가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푸르밀은 지난 17일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고 매출 감소와 지속된 적자에 따른 부득이한 결정이었다며 사업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푸르밀은 창업주 신준호 회장이 2018년 차남인 신동환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를 맞으면서 적자로 전환, 하락세를 맞게 됐다. 2018년 매출은 2017년 매출(2575억원) 대비 374억 줄어든 2301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15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뒤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으로 적자 폭도 지속적으로 커졌다. 결국 지난해 매출은 1800억원으로 주저앉았고 영업손실도 124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오너의 독선적이고 무능력한 경영으로 인해 건실했던 회사가 적자전환구조로 탈바꿈 했다"며 "모든 적자의 원인은 오너의 무능한 경영인데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지만 건실기업이었던 푸르밀이 '사업 종료'까지 치닫게 된 것은 오너일가의 책임도 분명하다. 소비자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유제품 일변도의 안일한 경영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경쟁기업들이 성인건강기능식품, 단백질 음료, 대체유 등 사업다각화에 집중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2020년에 이르러서야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할 자취를 남기지 못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매각을 시도했으나 이조차 여의치 않았다. LG생활건강이 푸르밀의 콜드체인을 눈여겨 보면서 매각이 성사되는 듯 했지만 지난달 최종적으로 고사했다. LG생활건강이 설비 노후화 등을 이유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푸르밀은 공장건물에 물이 샐 정도로 설비가 노후했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푸르밀이 법인 청산이 아닌 법인 존속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며 수백억원대의 법인세 면제 혜택을 위한 결정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지난 1월 신 회장이 물러난 것도 회사 정리를 위한 계획적인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불거지고 있다.

노조 측은 "신 회장은 대선주조 매각시 먹튀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배임횡령 등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며 "푸르밀이 제2의 대선주조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신 회장은 과거 부산의 향토 주류업체인 대선주조를 헐값에 사들인 뒤 3년 만에 6배가량의 시세 차익을 내고 매각하는 과정에서 '단물'만 삼키고 뱉어버린 셈이라며 '먹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노조 측은 "신준호, 신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다"며 "강력한 투쟁을 통해 생사의 기로에 선 비장한 마음을 표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업 종료 결정에 따라 푸르밀 정직원은 약 350명가량을 비롯해 직송농가, 화물차 기사, 협력업체 직원 등 2000여명이 생계를 잃는 등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노조는 상경 투쟁을 예고하는 한편 회사에 사업종료결정 철회를 골자로 한 내용 증명도 발송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푸르밀이 다른 업체들과 달리 변화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결국 이러한 사태를 만든 것"이라며 "법정관리 등 다른 회생 방안도 있었을 텐데 모든 단계를 건너뛰고 갑작스레 사업 종료를 결정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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