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새 주인 찾기, 속도전보다 신중론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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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새 주인 찾기, 속도전보다 신중론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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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새주인으로 한화그룹을 선택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국내 유일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에 비해 재무구조 개선이 순조로워 조기매각설이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상 운임의 급락으로 HMM의 실적도 악화되면서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11일 설명자료를 통해 "HMM 민영화 시기와 형태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계획' 자료에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정부에 "단계적 보유지분 축소를 추진해 2024년말까지 HMM 경영지원단을 우선 감축하고 2025년말로 예상되는 민영화 완료 시기에 맞춰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보고한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측은 정부에 제출한 '공공기관 혁신계획(안)'에 HMM 민영화 예상시기가 담겨있으나, 이는 인력과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HMM 경영지원단 운영종료 시점을 잠정적으로 명시한 가상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내용은 해양수산부와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를 통해 확정된 내용이 아니며, HMM 경영지원단 운영 종료 시점도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HMM 민영화 시기는 해운·자본시장의 변동성, 인수자금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관계기관 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우리공사와 정부 및 관계기관은 우리 해운산업과 HMM의 기업 경쟁력,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HMM 경영권 민간 이양에 대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일 또 다른 주체인 산업은행의 수장인 강석훈 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운사인 HMM은 산은 혼자 결정은 어렵고, 정부의 해운 정책과 연동이 되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HMM 매각은 조금 실기(失期)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 3월 3만5000원 정도였던 주가가 지금은 1만8000원으로 내려와 있다. 주가가 좋았을 때 지분을 매각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적절한 매각 시기를 놓쳤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HMM의 민영화가 필요하지만 이미 매각 시기를 놓친 상황에서 신중하게 새주인을 정하겠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이다.

당초 조기 민영화 가능성이 흘러나왔던 계기는 HMM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는 자신감이었다. HMM은 2020년(9807억원)과 2021년(7조3775억원) 연속 흑자를 이어가면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쌓인 영업손실 누적액 3조8401억원을 만회할 수 있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까지는 6조8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HMM이 올해 3분기 매출 4조6312억원, 영업이익 2조55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3%, 12.3%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4분기에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위기에 해운시장도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HMM의 민영화도 숨고르기에 들어가야 할 시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프엔가이드도 올해 4분기 HMM의 실적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86% 하락한 4조48억원, 영업이익은 27.02% 떨어진 1조969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해상 컨테이너 운임 종합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달말 1922.9를 기록하면서 지난 2020년 11월 20일 이후 처음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치솟은 해상운임이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라면서도 "하지만 최대 성수기 3분기에 하락세가 큰 것이 정점을 지났다는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2조6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도 기업들의 인수 참여가 저조한 이유로 꼽힌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5억3600만주의 신주가 발행되는데 공공기관의 지분율이 40%대에서 74%까지 치솟는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감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감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를 들여다 보면, HMM은 지난 2016년 채무재조정을 통해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산업은행이 HMM 지분 20.69%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한국해양진흥공사(19.96%)와 신용보증기금(5.02%) 등 정책기관이 45.67%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까지 합해 공공 보유 지분이 약 74%에 달한다.

HMM 인수 의사가 있으면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 후보군으로는 현대자동차, 포스코, CJ 등이 손꼽히지만 각기 주력사업이 있다. 이에 적극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HMM의 영구채 주식 전환 여부에 대해 "전환청구권은 우선적으로 시행이 되도록 규정돼 있다"며 "(공공 보유 지분) 74%가 되면 민영화가 곤란하기 때문에 해운이나 증시를 보면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해운업의 유일한 국적해운사가 된 HMM의 매각을 두고 시간에 쫓기는 속도전보다는 제값 받기를 위한 신중론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건 자연스런 수준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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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론 2022-10-13 10:22:11
아니죠. 해진공의 빨대론이죠.
이미 정상화된기업의 불확실성을 왜 논하나요? 어느기업이나 시황이 좋다 안좋다 반복하는것을. 이해할수없는 논리로 해진공이 더 우려먹겠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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