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강조 후 '가격 인상'... '농心'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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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강조 후 '가격 인상'... '농心'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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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적자·원재료 가격 인상 강조…소비자 가격 인상 포석 비판 일어
경영진 급여 인상·글로벌 논란 등 실적 개선 의지도 '의심'

[컨슈머타임스 안솔지 기자] 농심은 호실적을 기록한 오뚜기, 삼양과 달리 라면 빅3 업체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 기록을 세우며 'K-라면'의 위용을 떨친 가운데 '나홀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농심은 이에 대해 "국제 원자재 시세의 상승과 높아진 환율로 인해 원재로 규매 단가가 높아졌다"며 "이외 유가 관련 물류비와 유틸리티 비용 등 제반 경영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해 매출액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감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농심은 왜 부진했을까

농심의 적자를 찬찬히 뜯어보면 포트폴리오의 다양성과 원·달러 환율 두 가지를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오뚜기의 경우 라면 뿐 아니라 유지류, 양념소스류, 건조식품류 등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전 제품 중 면의 매출 비중은 25.5% 정도다. 라면류 매출 비중이 약 80%에 달하는 농심과는 사뭇 다른 구조다. 농심은 라면에 전체 매출을 의존하고 있기에 위기가 닥쳤을 경우 유연한 대처가 어렵고 직격타를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양식품의 경우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한 대신에 이를 해외 수출로 극복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70% 차지하고 있다. 덕분에 삼양식품은 이번에 고환율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분기 최대 수출 실적을 갱신했다. BTS와 함께 공격적인 현지 마케팅을 펼친 효과도 컸다. 삼양식품은 올해 수출 4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농심은 현지 공장을 두고 라면을 생산하고 있어 달러 강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국내 라면 생산 수출 비중은 10여% 수준이다.

◆ '가격 인상' 가장 쉬운 길 택한 농심 

농심은 2분기 실적이 국내기준 영업적자 전환하면서 회심의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추석 이후 라면 주요 제품 출고 가격을 11.3% 올리겠다는 것이다. 가격 인상 대상은 라면에서만 26개 품목에 달한다. 주요 제품을 보면 신라면 10.9%, 너구리 9.9% 등이다. 이 모든 결정은 상반기 실적을 공시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적자를 강조한 실적 공시에서 가격 인상 발표까지 과정이 물흐르듯 진행되자 일각에서는 24년 만에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는 농심의 고백이 '가격 인상'을 위한 '빌드업'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제조 기반 기업은 일정된 고정비가 있기 때문에 매출이 늘면 영업이익도 그에 맞춰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농심의 경우 매출은 두 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했는데 영업이익은 낮아져 적자를 기록한 이례적인 사례였기에 설명을 드리고자 언급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농심 회장.

◆ 적자 개선 노력은 '물음표'

농심은 '가격 인상'이라는 가장 쉬운 길을 택했다. 가격 인상 전에 적자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붙는 이유다.

실적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정작 신동원 농심 회장의 급여는 상반기 기준 총 7억37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억7645만원) 대비 25% 증가한 것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호실적을 거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상반기 급여 5억원 이하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총 5억5010만원을 받은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농심의 글로벌 행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농심은 지난달 유럽에서 판매하는 '신라면 레드' 제품에서 농약 성분(이프로디온)이 검출돼 아이슬란드 시장에서 리콜 명령을 받았다. 지난 3월 이탈리아에 수출한 '신라면 김치'에서 발암 물질 에틸렌옥사이드 관련 성분인 '2-클로로에탄올'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농심은 유럽에서 무역 장벽의 일환으로 강한 기준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를 개선하지 못해 해외사업에 제동이 걸리면 실적 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가격 인상 폭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169.6으로 직전 분기 대비 12.3% 하락했다. 4분기에도 3분기보다 1.2%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밀, 팜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품목들의 가격이 정점을 찍고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원가 부담도 해소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농심 관계자는 "밀이나 팜유 등 원자재의 국제 시세가 안정되더라도 그에 맞춰 직접 수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제분업체를 통해 구매를 하고 있어 안정화 시세가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환율이나 원재료 시세 외에도 부대적인 요소의 영향이 많아 당분간 가격 안정화가 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농심 내부적으로도 각종 비용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감내해 가면서 실적 부진 타개를 위한 자구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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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 2022-09-02 09:36:26
곡물선물가 3분기 30% 이상 뛰고 저번 달 마감했다 현제 4분기 곡물선물가 거래 중인데 자꾸 3분기 거론하냐? 선물지수 개념도 모르면서 기사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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