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 회원사 잇단 '결별 선언'에 위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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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카드, 회원사 잇단 '결별 선언'에 위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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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국내 최대 금융 제휴사를 보유했던 비씨카드가 최근 은행 등 회원사들의 결별 선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들이 독자 결제망을 구축하면서 비씨카드와의 제휴를 중단하고 나선 탓이다.

SC제일은행은 오는 11월부터 SC제일은행 BC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시그마카드 등 BC카드 결제망을 사용하는 SC제일은행 일부 카드는 11월 이후 새로 발급받거나 추가·갱신·전환 발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

SC제일은행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비씨카드와의 제휴 중단을 선언하고 새로운 제휴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SC제일은행이 새롭게 협업을 준비하는 카드사는 지난 4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현대카드다. 비씨카드의 빈 자리를 현대카드가 차지한 셈이다.

앞서 지난해 전북은행도 신용카드 프로세싱 업무 제공사를 BC카드에서 KB국민카드로 교체하기로 했다. KB카드는 하반기 중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현재 전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뼈아픈 건 비씨카드의 가장 우량 고객이었던 우리카드가 지난해 11월 독자 결제망 구축을 이유로 결별 선언에 나선 점이다. 우리카드는 연내 250만개 가맹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독자 결제망이 구축되면 그간 비씨카드에 위탁해 온 카드전표 매입 등 주요 업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매출의 88%에 이르는 회원사 및 고객사 프로세싱 대행업무 중 37%에 육박하는 비중을 담당했던 우리카드가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나서자 비씨카드는 당장 매출 3분 1이 날아갈 위기에 놓였다. 우리카드가 보유한 비씨카드의 지분 매각 가능성 역시 타진되면서 이 지분의 행방에도 역시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비씨카드는 회원사와의 잇단 결별 사태를 타개할 해법으로 △B2C 사업 △롯데카드 인수 시도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지만 해당 사업들로 우리카드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통상 신용카드는 독자적인 브랜드와 카드 업무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에 BC카드 결제망에 의존하는 금융사가 많다. 최근 들어서도 증권사나 핀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비씨카드 결제망을 이용하는 신규 업체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은행 등 금융사 사이에선 BC카드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주요 금융지주사 소속 전업카드사들이 독자 결제망을 구축하고 나선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업체 간 제휴 관계 판도 역시 예전과 달라졌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실제 BC카드의 신용카드 결제전표 매입액 점유율은 2016년 26.1%에서 지난해 9월 말 23.1%로 낮아진 상태다.

비씨카드 회원사들의 잇단 제휴 중단 행렬에 대해 카드업계는 전체적인 업황이 악화된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여기에 빅테크사들이 금융시장에서 활기를 띄면서 카드업계가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결제 수수료가 크게 감소하면서 카드사 업황이 악화됐다"며 "최근 금융지주 소속 카드사에서 게임업체 등과 제휴해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카드상품을 출시함과 더불어 빅테크사 등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독자 결제망을 선호하는 금융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제휴 중단으로 인한 실적 타격을 논할 시기는 아직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며 "(비씨카드는)금융 결제플랫폼으로써 제휴 업체에 위탁하는 상황이다보니 앞으로도 제휴 업체의 니즈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서는 핀트, 네이버파이낸셜 등 다양한 핀테크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해 업무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가 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이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금융업 관련 규제를 점차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점을 고려해 향후 규제 해소와 관련 청사진이 그려지면 카드사뿐만 아니라 금융사 전반적인 사업영역이 확대돼 수익 다각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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