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너무 큰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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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너무 큰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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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5월 25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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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대통령 "국화피는 가을에 다시 방문하겠다" 약속 끝내 못지켜

전남 함평군 해보면 대각리 오두마을에 있는 생태휴양지 `황토와 들꽃세상'(www.htflower.com) 운영자 김요한(66) 목사는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작년 7월 전남 함평군 해보면 대각리 오두마을 생태 체험관인 '황토와 들꽃 세상'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큰 사람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방문했던 함평의 한 생태휴양지 운영자가 홈페이지에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를 안타까워하는 추모 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 함평군 해보면 대각리 오두마을에 있는 생태휴양지 `황토와 들꽃세상'(www.htflower.com) 운영자 김요한(66) 목사는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 목사는 글에서 "벌거숭이 임금과 같이 벌거벗고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잘사는 전직 대통령들도 많다"며 "아직도 할 일이 많은 분을 이렇게 추모하는 것이…돌이켜보면 당신은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땅에서 살면서도 틈만 나면 영남, 호남 편 가르기에 열중하는 우리에겐 당신은 너무 큰 사람이었다"며 지역주의 극복에 매진한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김 목사는 이어 "아파트 시세에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우리네 천박함과 비교하면 당신은 너무 무거운 사람이었고 약자에 대한 배려를 모르고 사는 야생의 우리에게 당신은 너무 약한 사람이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험난한 정치 역경을 위로했다.

그는 또 "셈이 밝아 자신에게 이익이 안 되는 일엔 눈길도 안 주는 처세의 달인인 우리에게 당신은 너무 우직한 사람이었다"며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떨치지 못하셨을 서운함과 아픔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역사가 우리의 무지를 가르치고 당신의 아픔을 치유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2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7월 초 노 전 대통령이 생태휴양지를 방문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전직 대통령이 어려운 한국 농촌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스스로 농부가 되어 좋은 농촌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었는데 아직도 그 진심 어린 마음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은 한국인의 혼이기 때문에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말했던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아 활기찬 농촌을 만들고자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퇴임 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생태경관 조성에 나섰던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3일 권양숙 여사와 `황토와 들꽃세상'을 방문해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다. 국화가 피는 가을에 다시 방문하겠다"고 말했으나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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