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다 싶은 보험사들, 4세대 실손보험 포기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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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다 싶은 보험사들, 4세대 실손보험 포기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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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들, '적자 핑계'로 판매 중단
병원(사진=연합뉴스).
병원(사진=연합뉴스).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7월 1일부터 4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출현하는 가운데 일부 보험사들이 '적자'를 이유로 판매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금 누수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상품으로, 적자가 커질지 줄어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동양생명은 다음 달부터 실손보험을 더이상 출시하지 않는다. 현행 3세대 신(新)실손보험은 이달 말까지 판매하고, 기존 실손보험 고객이 새 상품으로 전환을 원할 경우에만 4세대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당사는 실손보험 계약 보유량이 16만건으로 적은 편인데다 적자 대비 유지비용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며 "다음 달부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들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앞서 AIA생명, 오렌지라이프, 라이나생명 등이 2011∼2013년 실손보험을 포기한 이후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도 잇따라 판매를 중단했다.

최근에는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각각 작년 12월과 올해 3월 실손보험 취급을 중단했다. ABL생명도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중 80%가 이용 중인 구실손(1세대)과 표준화실손(2세대)은 매년 2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작년 손실액은 구실손 1조2838억원, 표준화실손 1조1417억원으로 전체 실손 적자의 97.0%를 차지했다.

그러나 4세대 실손보험은 정부 차원에서 보험사 적자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상품이다. 보험료 차등제를 적용해 의료이용이 많은(보험금을 자주 수령하는) 보험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더 걷는 식이다. 이는 과잉진료 등으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실상 보험사들은 적자가 커질지 줄어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적자를 핑계로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실손보험은 팔수록 적자가 나는 '골칫덩이 상품'"이라며 "4세대 상품 등장을 빌미로 실손보험 자체를 취급하지 않는 보험사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은 다음 달 1일부터 4세대 실손을 판매할 계획이다. 2위 교보생명 역시 내달 4세대 실손을 출시할 예정이나 아직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 보험사는 규모가 큰 만큼 아직 적자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4세대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생보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NH농협생명 5곳뿐이다. 손보사 중에선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NH농협손보,한화손보, MG손보, 롯데손보 등 10개사가 판매를 이어간다.

실손보험 판매가 많은 손보사의 경우 생보사보다 적자가 큰 상황이다. 하지만 생보사에 비해 장기상품이 적어 실손보험을 놓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생보사는 종신보험, 암보험 등 가입기간이 길고 가입금액이 높은 상품이 많지만 손보사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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