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57년 오너 경영 끝…'새 출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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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57년 오너 경영 끝…'새 출발' 가능할까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6월 01일 0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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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 사모펀드 손으로…홍원식 전 회장 "다시 국민기업 되길"
업계·전문가 "매각 이후 후속조치가 운명 가를 것"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연합뉴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사진=연합뉴스)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57년에 걸친 남양유업 오너 경영이 끝을 맺었다. 2013년 밀어내기 갑질, 2019년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논란도 아닌 '불가리스 셀프홍보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국을 악용했다는 비난과 함께 세종공장 영업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역대급 위기'라는 점을 직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 남양'이 닻을 올리기 위해선 믿음직한 수장 선임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물론 진정성 있는 쇄신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모투자 전문회사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27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포함한 경영권 일체(의결권 있는 보통주 약 53%)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양도 대상은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 계약금액은 3107억2916만원이다.

한앤컴퍼니는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할 방침이다. 집행임원제도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로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1965년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한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 제조분유를 출시했으며 아인슈타인 우유,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등 여러 히트작을 남겼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사건으로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2019년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결국 '불가리스 셀프홍보 논란'에 발목이 잡힌 남양유업은 창업주 2세 홍원식 전 회장 손에서 회사를 사모펀드에 넘기게 됐다.

남양유업은 4월 13일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자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세종공장의 영업중단 여부는 오는 24일 청문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홍원식 전 회장은 지난달 3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경영 승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업계의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홍 전 회장은 2013년 갑질 사건 당시에도 대국민 사과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던 만큼 이번 사과도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50%를 상회하는 오너일가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의구심을 자아냈다.

실제로 홍 전 회장의 사퇴 발표 이후 회사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는 쇄신책까지 발표했음에도 소비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홍 전 회장은 매각발표 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저는 오로지 내부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가치를 올려 예전처럼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고심 끝에 저의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 지분 매각에 앞서 지난달 26일 일부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지난 2월 정기 인사 이후 불과 3개월 만이다.

기획마케팅본부, 영업본부, 전산보안팀 등 주력 사업부서를 총괄하는 '수석본부장' 직제를 신설한 것이 골자다. 신임 수석본부장에는 '남양맨' 김승언 전 기획마케팅본부장이 선임됐다.

전문가들은 매각 이후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의 체질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주인이 바뀌고 조직이 변경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신뢰가 바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간 일어난 논란에 대한 후속조치"라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남양유업은 2013년 불거진 대리점 갑질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장기간 방치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며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두되고 있지만 남양유업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최대주주가 회사를 좋은 방향으로 유지·관리돼 대리점들도 곤란을 겪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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