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사라진 소녀' 지키는 든든한 후원군 15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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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 사라진 소녀' 지키는 든든한 후원군 15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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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인터넷뉴스팀] "온유에게 용기와 힘을 주러 왔는데 그것은 교만한 마음이었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깨닫고, 행복을 느끼며 돌아간다"

 

혼자서는 숨조차 쉴 수 없는 한 생명을 살리고자 24시간 곁을 지키는 자원봉사자 1500여명의 손길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08년 2월 '갈비뼈가 사라진 소녀'로 알려지며 인터넷을 달궜던 김온유(23)씨는 그해 9월부터 더는 기계 호흡을 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나빠졌다. 폐가 너무 작게 쪼그라들어 기계가 한꺼번에 넣어주는 산소를 감당할 수 없었다.

온유씨의 부모님은 주머니 형태의 호흡보조 기구인 '앰브'로 딸의 상태나 움직임에 따라 적절히 숨을 불어넣어 줘야 했다. 어머니는 혼자서 36시간 동안 앰브를 작동하기도 했고, 아버지는 밤새 앰브를 만지고 출근하다 교통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온유씨의 교회 친구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부모님 대신 온유씨 곁을 지키며 앰브를 눌러주고, 10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하는 그의 말벗이 돼줬다.

이야기는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또다른 친구에게 전해졌고, 온유씨의 인터넷 카페를 보고 찾아온 이들까지 더해 지난 2년간 한 번이라도 병실을 찾은 사람은 무려 1500여명. 온유씨가 연락처를 가진 사람만 700명이다.

이들의 '앰브 봉사'는 2~4명씩 한조를 이뤄 4교대로 24시간 이뤄진다. 한 사람이 30분~1시간 앰브를 누르고, 다른 친구들은 한쪽에 마련된 침대에서 편안히 잠을 자기도 한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친구나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가 있는 날은 병실이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수능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시험 전날에도 병실을 찾아왔고, 30일짜리 장기 휴가를 받은 군인은 휴가 기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온유씨를 만났다.

네 권이나 쌓인 방명록에는 온유씨가 좋아하는 코끼리를 그려놓은 사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죄서를 쓴 사람 등 병실을 찾은 이들이 온유씨에게 하고픈 말을 가득 남겼다.

그러나 "온유에게 용기와 힘을 주러 왔는데 그것은 교만한 마음이었다"며 "내가 더 많이 배우고 깨닫고, 행복을 느끼며 돌아간다"는 것이 봉사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수술을 한 이후 목숨이 위험한 수술과 곧 죽을 거라는 사망 선고를 수 차례 받고 2년 넘게 중환자실 생활을 했지만, 온유씨는 처음 와서 앰브를 어떻게 누를지 몰라 당황하는 후배에게 장난까지 치며 깔깔대는 아가씨다.

봉사자들은 인터넷 카페에 마련된 봉사 시간표에 신청하고 정해진 시간에 병실에 오는데, 대부분 또래인 대학생 친구들이라 시험기간이 되면 신청표에 봉사자가 한 명도 없을 때가 있다.

섭섭할 만도 한데 온유씨는 "누군가는 오겠지. 잘 구해지니까 괜찮다"며 직접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SOS'를 친다. 아니나다를까 금방 오겠다는 답장이 도착한다.

어느 날 온유씨는 잠자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다 들킨 김한나(24)씨에게 "동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온유씨는 "2년 넘게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나를 찾아오는 것이 신기하다"며 "그들을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한나씨가 만든 13분짜리 동영상 '릴레이 온유'는 지난달 말 한 기독교단체에서 주최하는 영상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한나씨는 "2년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이 돌아가며 온유의 생명을 지키고 있는 것이 나도 신기하다"며 "지금은 교회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따뜻한 소식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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