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위기의 현대차 구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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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위기의 현대차 구해낼까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10월 10일 0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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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원인은 구조적 문제…노사 문제, 혁신동력 발굴, 투자 확대 주도할 수 있어야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린 컨퍼런스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 기조 연설자로 참석한 모습.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위기의 현대차를 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상반기 국내외 자동차 판매대수는 224만2000대로 전년동기(214만5000대) 대비 4.5% 증가했다. 내수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2.8% 증가한 35만4000대로 집계됐고 해외 실적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4.8% 감소한 188만8000대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상반기 현대차 글로벌 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작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올해 회복되기 시작한 중국 시장 실적을 제외하면 상승폭은 더 줄어든다. 올 상반기 현대차 글로벌 실적에서 중국 시장 판매대수 38만7000대를 제외할 경우 전년대비 증가율은 1.8%에 불과하다.

특히 현대차는 올 상반기 주력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현지 판매실적이 감소세를 보인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중국 시장 현지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3.4% 감소한 34만900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 판매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3.3% 줄어든 33만5000대로 집계됐다. 현대차가 올 상반기 두 시장에서 낸 손실폭은 전세계 판매량 감소치(5만1000대)의 45%를 차지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경우 현지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외국의 완성차업체로부터 수입한 차량에 대해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에 미치는 악영향은 막대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수입차 관세 적용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량이 이전 대비 22.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량 46만3153대 중 미국 실적이 13만6289대로 가장 높은 비중(29.4%)을 차지하는 현대차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세다.

미래 자동차시장을 겨냥한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도 불안감이 맴돈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사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업체들과 비교할 때 우위에 설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 자동차 전문지 가스구(Gasgoo)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을 기준으로 전세계 업체 중 20위에 머물렀다. 기아차와 함께 작년 연간 725만1013대를 판매해 글로벌 판매대수 톱5에 든 점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또 다른 미래차 화두인 자율주행차 역량에서도 타 기업에 비해 다소 뒤처진다. 자율주행 기술 전문 조사기관 내비건트리서치의 2018년 자율주행 리더보드 리포트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전세계 자율주행 기업 19곳 중 현대차그룹의 기술력 순위는 전년 대비 5계단 하락한 15위에 머물렀다.

현대차의 고질병인 노사 갈등도 기업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사내 '노무통'으로 평가받는 하언태 부사장을 울산공장장에 새로 임명했지만 2018년 임금 및 단체 협상 타결을 반년 가량 끌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 7월 중순 사측 교섭안에 반대하는 노조 파업을 야기시켜 8007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 차질을 빚었다.

최근에는 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현대차에 불법파견된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으로 구설에 올랐다.

현대차는 지난 1월 2017년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통해 사내하도급 3500명을 특별 정규직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앞서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할 것을 채용 조건 중 하나로 내걸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도 단식 농성을 강행하는 등 현대차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이에 업계선 지난달 14일 부임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위기 일로를 걷고 있는 현대차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정 수석부회장의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은 상황이다. 정몽구 회장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최근 그룹이 맞닥뜨린 위기 요소를 관리하는 등 비중이 큰 사안에 대해 직접 결정하고 지시하고 있다"며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해 정몽구 회장을 보좌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연결해 해석한다.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수준의 인사라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은 최근 정 수석부회장을 미국에 보내고 남북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는 정몽구 회장 최측근인 김용환 현대·기아차 부회장을 보냈다"며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이 후계자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지 않도록 이번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진 만큼 정 수석부회장의 향후 행보는 더 과감해질 수 있다. 업계서도 입지를 넓혀가며 현대차 경영에 있어 구심점 역할은 맡을 것으로 관측한다.

실제 정 수석부회장은 앞서 정몽구 회장이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 관한 국정조사 청문회의 증인으로 참석한 이후 공식적인 경영 행보를 자제해온 기간 동안 그룹 및 현대차와 관련한 주요 공식 일정을 소화 중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투자 확대, 상품성 확보, 노사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보폭을 차차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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