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가뭄' 삼성물산, 몸 사리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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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가뭄' 삼성물산, 몸 사리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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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수주 전략" 해명에도 '주택철수설' 등 추측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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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영업으로 '수주가뭄'을 자초하면서 의문을 키우고 있다. 저가수주로 고배를 마신 이후 신중한 수주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회사 측 설명만으론 상황을 설명하기 부족하다. '주택 매각설'을 비롯해 각종 추측이 꿋꿋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한 255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직전 분기에 비해선 86% 늘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상반기 영업이익은 39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체 실적 개선에 가장 크게 기여한 건설부문에서만 상반기 영업이익이 244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첨단 공장과 싱가포르공항 등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돼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이번 삼성물산 성적표에서 유일한 '옥의 티'는 신규수주다.

삼성물산의 상반기 신규수주는 2조438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5조506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났다. 총 신규수주 금액의 84%(2조630억원)가 국내에 편중됐다. 신규수주금액의 대부분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마감공사(5700억원), 화성 반도체(5704억원) 등 계열 물량이었다.

상반기 삼성물산의 신규 수주 성적은 현대건설(9조3405억원), GS건설(5조5790억원), 대우건설(4조8413억원) 등 주요 경쟁사들에 비해서도 초라하다.

건설사로서 미래 먹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성장성에 있어 큰 우려 요인이다.

삼성물산 수주 고갈의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저가수주 트라우마다.

삼성물산은 저가 수주로 큰 피해를 본 전력이 있다. 공사비 6조5000억원 규모의 호주 철광석 광산 개발 사업, 일명 '로이힐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은 2013년 경쟁사인 포스코∙STX컨소시엄보다 약 6600억원 낮은 가격에 이 사업을 따내 2015년 준공 목표로 착공했다. 그러나 각종 이슈에 발목이 잡혀 작년 중순에야 공사를 끝냈다. 그 과정에 불어난 지체보상금과 공사비를 메우느라 8000억원대 손실을 봤다. 발주사와 하청업체와의 법적 분쟁에도 휘말렸었다.

섣부른 해외 수주로 큰 피해를 입은 사례를 감안하면 보수적인 수주 행보를 이어가는 것도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최근의 수주 급감에 대해 양보다 질에 중점을 두고 신중하게 수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하는 회사 측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저가수주 트라우마는 국내 수주 급감을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

업계에서 바라볼 때 적어도 주택부문에 있어선 삼성물산이 수주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는 편에 가깝다. 주택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황을 맞이한 2015년 이래 삼성물산은 주택 수주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올 들어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잇달아 시공사 선정에 착수하면서 삼성물산이 아파트 수주를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서초신동아아파트와 방배5구역, 반포주공1단지 등 랜드마크를 표방하는 '래미안'에 꼭 맞는 사업장에서 삼성물산은 잇달아 발을 뺐다.

삼성물산이 주택사업 철수 수순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배경이다. 주택사업 축소∙매각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총수가 된 이후 줄곧 삼성물산을 따라다니고 있다. 작년 주택본부를 팀으로 축소하는 조직개편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되자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물산이 소극적인 영업 태도로 돌아선 이유를 오너리스크에서 찾기도 한다. 총수의 경영 공백은 한 기업의 소극적인 사업 추이를 설명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재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백억원대 뇌물 제공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보수적인 영업을 견지해온 삼성물산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액이 작년(19조3762억원)보다 약 2조7800억원 적은 16조5885억원으로 줄었다. 3년째 1위를 수성했지만 2위 현대건설과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비록 실적은 정상화됐지만 이 상태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올 상반기 수주 급감과 관련, 계약이 하반기로 쏠린 데 따른 착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공교롭게 하반기에 수주가 집중됐다"며 "쿠웨이트, 싱가포르 등에서 큼직한 사업들을 수주할 예정인 만큼 올해 목표인 10조원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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