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기자금 300조 넘어…예대마진도 동반 상승
[컨슈머타임스 양대규 기자] 지난해 시중 5대 은행서 잠자는 요구불예금 규모가 300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요구불예금은 작년 한 해에만 40조원 넘게 늘었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27조3672억원으로 전년 말(285조6257억원)보다 41조7415억원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이 11조786억원이 늘어 가장 많이 늘었고, 신한은행(9조4499억원), 농협은행(8조4053억원)의 순이었다.
요구불예금 성격이 강한 MMDA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말 기준 416조5875억원으로 400조원을 넘는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이다.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지녀 통화성예금이라고도 부른다.
요구불예금이 늘어나는 건 고객인 가계와 기업 모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년째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는 데다가 정부 규제가 강화하면서 호황을 누리던 부동산도 작년 4분기부터 잠잠해졌다.
요구불예금의 증가는 은행에는 좋은 현상이다.
수신금리가 연 0.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반 예금의 금리가 연 1.5% 수준으로 15분의 1이다. MMDA의 금리도 연 0.5% 정도로 일반 예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요구불예금을 금융기관에 빌려주는 단기성 자금인 콜론(Call loan) 등에 활용하면 은행들은 적어도 12배 이상의 예대마진이 기대된다.
26일 현재 콜금리는 연 1.22∼1.25%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핵심 저금리성 예금이 전년 말보다 15.1%(6조1000억원) 늘었다. 2012년 외환은행 인수 후 최대 실적을 올리는 데 발판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요구불예금의 증가로 예대마진이 개선된 업계 1,2위인 신한지주와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이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