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민 MPK 대표 "아버지,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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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민 MPK 대표 "아버지, 대체 왜…"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4월 06일 0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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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소설] 단독 대표이사 취임 '액땜'(?) 2세 경영 시작부터 '발목'
   
▲ 정우현 MPK 회장(사진 오른쪽)과 외아들인 정순민 MPK 대표.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정우현 MPK회장은 말없이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물었다. 깊은 한숨이 묻은 담배연기가 거실 공기와 빠르게 섞였다. 

앞에 선 외아들 정순민 MPK 대표는 그런 아버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눈빛엔 원망과 걱정이 교차했다.

"아버지, 대체 왜 그러셨어요."

마지막 한 모금을 힘없이 빨아들인 정우현 회장. 조심스럽게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뒤, 아들의 무릎 언저리로 시선을 떨군다. 도저히 눈을 맞출 용기가 없다는 듯.

"미안하구나. 회사 경영을 너에게 맡긴지 며칠이나 됐다고…"

정순민 부사장이 대표로 올라선 건 지난달 말. 그간 '각자 대표이사' 직을 수행했던 황의돈 전 부사장이 물러나면서 자연스레 전권을 넘겨 받았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정우현 회장이 주도한 '2세 경영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왔다.

청사진·신사업 구상에 몰두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 시기. 예상치 못한 거대한 '암초'앞에 정순민 대표는 할 말을 잃었다. 정우현 회장이 경비원을 때린 '갑질 폭행' 논란이 비수가 돼 자신의 가슴 언저리에 꽂혔다.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의 운전사 폭행 사건 때는 노망 난 노인의 실수쯤으로 여겼다. 유사 파문에 휘말려 '반성 모드' 상태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을 두고서는 '엉뚱한 약을 잘못 먹었나' 싶었다. 그렇게 온전히 남의 얘기인 줄 알았던 정순민 대표였다.

"아버지는 어린 저를 두고 바르게 살라 하셨죠. 겸손하게 살라 하셨죠.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라 하셨죠. 그런데 폭행이라뇨. 힘없는 경비원을 상대로 손찌검이라뇨. 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분 아니시잖아요. 다른 이유가 있으셨겠죠. 네? 무슨 말씀이라도 해 보세요 아버지…"

막장드라마 속 가련한 주인공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정순민 대표의 눈가에는 어느 새 눈물이 맺혔다.

"아니다 아들아. 다 오해야. 모두 과장됐어. 내가 유명인이니 나를 가해자로 몰아 세우려는 거야. 한 몫 크게 건져 보려는 거야."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듯 정우현 회장은 자세를 고쳐 앉고 아들 정순민 대표를 직시했다.

"나를 포함해 다른 손님들이 건물 안에 있었어.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나가려고 하는데 문이 잠겨 있었던 거야. 발을 동동 굴렀지. 한참 만에 나타난 경비원은 나를 취객 정도로 취급하더라. 술을 마시긴 했지만 인사불성 상태는 아니었거든. 그런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그만…경찰에서 다 밝혀질거다. "

변명이든 아니든 물은 이미 엎질러 졌다.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는 판단이 섰다. 정순민 대표는 고문변호사에게 연락했다.

"대표님. 여론이 잠잠해 져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빠른 합의가 우선입니다. 그 쪽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준다고 생각하세요. 자칫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날에는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회생 불가능한 이미지 훼손으로 인해 미스터피자가 고꾸라질 수도 있어요. 생각을 잘 하셔야 합니다."

정우현 회장을 거실에 홀로 남겨둔 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정순민 대표. 노트북을 켠 뒤 포털사이트에 '미스터피자'를 검색했다. 연관 검색어로 '불매', '폭행', '갑질' 등 불편한 단어들이 줄지어 눈에 띈다.

목과 어깨 쪽 근육이 뻣뻣하다는 느낌을 받은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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