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비싼 삼성물산 '매집' 이유는?…적절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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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비싼 삼성물산 '매집' 이유는?…적절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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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비싼 삼성물산 '매집' 이유는?…적절성 논란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정작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 간 분쟁이 한창일 때 삼성물산 주식을 집중 매수하고 제일모직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 발표 이후 주가 흐름으로 볼 때 제일모직을 사고 삼성물산을 파는 쪽이 유리한데도 연기금은 정반대로 투자한 셈이다. 연기금의 투자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 비율은 엘리엇이 지분 보유 사실을 공개한 지난달 4일부터 주총 전날인 이달 16일까지 줄곧 합병비율로 정해진 1(제일모직):0.35(삼성물산) 범위를 벗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엘리엇의 공세에 몰린 삼성물산이 전격적으로 자사주 처분 계획을 밝힌 전달 10일에는 그 비율이 1대 0.42까지 치솟으며 삼성물산의 '고평가'가 지속됐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의 고평가 상황을 활용, 제일모직 주식을 사고 삼성물산은 공매도하는 무위험 차익거래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사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연기금은 삼성물산 주식을 1250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제일모직 주식은 1197억어치 순매도했다.

보통 연기금과 비슷한 투자 패턴을 보이는 투신권은 이 기간 연기금과 정반대의 투자패턴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투신권은 삼성물산을 144억원어치 순매도하고 제일모직은 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합병 법인의 지분을 계속 보유하려면 상대적으로 싸진 제일모직 주식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연기금은 그 반대 방향으로 매매를 한 것이다.

최근 공시를 보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지난달 3일 9.92%(우선주 포함)에서 같은달 30일 11.61%까지 늘었다.

범위를 조금 넓게 잡아 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발표된 5월26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연기금은 삼성물산 주식을 227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업계에서는 연기금이 표면적으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으면서 실질적으로는 합병 무산에 '베팅'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기금이 삼성물산을 매집했던 때 고점이었던 주가는 합병 이후 급락했다. 엘리엇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최고 7만6100원까지 오른 주가는 합병안이 통과된 이달 17일 이후 급락해 6만10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연기금은 현재 적지 않은 평가 손실을 입게 됐다.

합병 발표, 엘리엇 분쟁 등 주가상승 재료가 당분간은 소멸된 상황임에 따라 연기금이 수익률을 회복하는 데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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