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론에도 의연하게 업무…신중 처신
[컨슈머타임스 박정수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론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원내사령탑이자 유력 정치인으로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추후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다.
30일 오전 9시 유 원내대표는 평소처럼 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내달 1일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여파에 따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당정협의에도 참석한다.
전날엔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제2연평해전 13주기 행사에 참석한 데 이어 자신의 거취문제를 논의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 등을 협의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대립하며 세력대결 양상을 보일 태세인 상황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의연한 모습이다.
아침 출근길부터 취재진들은 변화된 상황과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 가능성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유 원내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어느 때보다 신중한 처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6일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의 사퇴 압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박계 의원들은 "청와대가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물러설 수는 없다. 이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해야 할 이유를 못 찾겠다"며 일단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유 원내대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내달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 재의 문제을 마무리한 뒤 유 원내대표의 결단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본회의에 참석하되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유 원내대표 자신의 손으로 개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던 법안이 거부되거나 폐기될 경우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물러날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유 원내대표측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부당하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 유 원내대표의 사퇴 반대 여론(45.8%)이 찬성(31.5%) 여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사퇴 여부와 별개로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거부권 정국'의 수혜자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거론된다.
당내 다수인 비박계 의원들이 그의 '소신정치'를 지켜줘야 한다고 나선 가운데 박 대통령을 겨냥한 야당의 응원마저 받고 있다.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적 외연을 넓히고 '대권 잠룡'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전날 리얼리터의 여당내 대권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4위에 자리했다. 전주보다 2계단 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