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SC·농협 '빨간딱지' 금감원 지시 '꼼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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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SC·농협 '빨간딱지' 금감원 지시 '꼼수' 대응
  • 김일권 기자 ilkw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6월 09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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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착위치·글씨크기 제한 사실상 거부…'민원발생 최하등급' 반발?

  ▲ SC은행 명동지점 내부 모습. 빨간 동그라미 안은 금감원이 지시한 등급게시물. 고객들이 확인하기 어렵도록 지점 내부의 깊숙한 곳에 부착돼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일권 기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농협은행이 '민원발생평가 최하등급' 사실을 각 영업점에 게시하도록 한 금융감독원의 지시를 사실상 묵살해 논란이 예상된다.

주문과 다른 엉뚱한 위치에 부착하는가 하면 글씨크기도 제시기준의 절반 크기로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불쾌하다는 표정이다.

◆ 은행 본점 밀집한 명동지점도 지도사항 제대로 안 지켜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내에서 영업중인 85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도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평가대상이었던 15개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불량)' 판정을 받은 곳은 국민∙농협∙SC 등 3곳이었다.

금감원은 이번 평가 대상 금융사들에게 홈페이지와 영업지점에 3개월간 평가결과를 게시하도록 지도했다. 영업지점의 경우 A4 크기 흰종이에 폰트 55사이즈 빨간색 글씨로 'O등급'이라고 적고 게시물을 '입구에 눈에 잘 띄도록' 붙이게 했다.

컨슈머타임스는 금감원의 게시물 부착 지시가 시행된지 1개월여가 지난 6월 현재 서울 강북지역에 위치한 이들 은행 일부 지점들을 상대로 이행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SC은행과 농협은행의 일부 영업지점이 금감원의 지도를 무시하고 있었다.

금감원의 지도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곳은 KB국민은행 1곳뿐이었다.

SC은행 명동지점의 경우 지점 입구와 약 3미터 정도 떨어진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기둥에 부착돼 있었다. 입구가 1개뿐인데다 게시물의 위치가 입구 반대 쪽이라 해당 지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내부를 자세히 둘러보지 않고서는 확인하기 어려워 보였다.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명동역지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명동지점과 같이 입구에서 한참 떨어진 지점 안쪽에 게시물을 붙였다.

SC은행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 왼쪽 사진은 금감원이 요청한 폰트 55사이즈가 준수된 게시물. 오른쪽은 농협은행 명동지점에 부착된 게시물.

농협은행 명동지점은 글씨 사이즈를 줄이는 '꼼수'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제시된 글자 크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명동지점과 가까운 회현역지점의 경우 글자크기는 준수됐지만 용지 크기가 A4사이즈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게시물을 입구에 붙이기는 했지만 빛이 반사되는 비닐팩 안에 넣은 데다 그나마 지점 홍보물로 가리고 있었다. 지점을 방문하고 게시물을 찾는데 10분이 넘게 소요됐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다.

  ▲ 농협은행 회현역지점 입구. 화살표는 금감원이 지시한 등급게시물. 입구에 위치하긴 했으나 홍보물에 가려진데다 빛을 반사시키는 비닐팩에 들어있어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 "등급 게시기간 늘리는 등 추가 조치 필요"

농협은행 관계자는 "각 지점에서 따로 출력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며 "금감원 지시를 일부러 어기려 한 것은 아니다. 해당 지점에 지시해 곧바로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사항이지만 금감원의 지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감독원의 요청이 준수되길 기대하면서 점검도 하고 계속 요청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공동대표는 "은행들이 이렇게 꼼수를 부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과문을 같이 붙이는 등 적극적으로 개선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금감원도 철저히 조사해서 지도사항이 잘 이행되지 않는 은행에 대해 게시 기간을 늘린다 던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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