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ELS 베끼기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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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ELS 베끼기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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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린다 싶으면 유사상품 잇따라…"개발 의욕 떨어져"
   
▲ 지난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증권사들의 상품들(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투자, 삼성, 미래에셋, 교보)

[컨슈머타임스 유현석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신상품 개발 대신 '경쟁사 베끼기'에 열중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잘 팔린다 싶으면 기다렸다는 듯 유사상품이 등장, 상품경쟁력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개발의욕도 크게 꺾는다는 지적이다.

독점 판매를 할 수 있는 권한인 배타적 사용권을 받더라도 보호를 받는 기간이 개발 시간 대비 짧은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 3월 ELS 발행 규모 5조원…2014년 배타적 사용권은 '0'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규모는 전월 대비 7945억원 늘어난 4조9128억원이다. 발행건수는 1761건이다.

ELS는 주가나 지수의 변동에 따라 만기 지급액이 결정되는 증권을 말하는 것으로 지난 2003년부터 발행됐다. 종류는 지수형, 해외 지수형, 종목형, 해외 종목형 및 혼합형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ELS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 반대로 이를 개발하는 증권사들의 의욕은 떨어지고 있다. 상품에 대한 보호기간이 짧은데다가 유사상품들이 속속히 나오고 있는 것.

금융투자협회는 국내외 공지됐거나 판매된 적 없는 상품이나 독창성을 인정하는 경우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한다.

배타적 사용권을 받은 증권사는 해당 상품을 특정 기간 동안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보호되는 기간은 1개월에서 최대 6개월이다. 하지만 권리 부여 기간이 상품개발부터 권리 획득까지 걸리는 시간 대비 너무 짧아 제대로 된 보호가 안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교보증권의 '일일손익 확정형 ELS'는 3개월간의 사용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 상품이 개발부터 권리 획득까지 걸린 기간은 무려 3년이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해 4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킹크랩'은 개발부터 사용권 획득까지 총 6개월 정도 걸렸다. 하지만 보호된 기간은 4개월에 그쳤다.

또 지난 2012년 한국투자증권의 '세이프존 스텝다운 ELS'는 상품 개발부터 획득까지 3개월의 기간이 걸렸다. 이 상품이 보호된 기간은 킹크랩과 같은 4개월이다.

상품을 만드는 '아이디어'까지 포함할 경우 너무 짧은 시간.

게다가 한국투자가 지난해 8월 사용권을 획득한 '2 in 1 Step down ELS'의 경우 보호기간이 끝나자마자 S증권사에서 유사한 상품을 내놨다.

또 신한투자는 '첫스텝 85 지수형 ELS'을 내놨다. 이 상품은 조기상환 기준을 85%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상품이 나온 후 10주간 1000억원 판매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자 S 및 H증권도 상환 기준을 신한투자와 똑같이 내렸다.

그야말로 베끼기 전성시대다.

배타적 사용권을 못 받더라도 보호기간이 끝난 후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면 되는 상황이다 보니 새로운 상품 개발에 인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지난해 ELS에 대한 사용권을 획득한 상품은 총 5개다. 교보증권의 '일일손익 확정형', 미래에셋의 '킹크랩', 한국투자 '2 in 1 Step-down', 삼성증권 '롱숏 스프레드 ELB', 신한투자 'Two Wins'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까지도 사용권을 받은 상품이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ELS가 나온지 오래되다보니 새로운 상품의 개발도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며 "타사에서 유사 상품이 나오면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 "개발의욕 떨어져"…"고민해 보겠다"

ELS는 지난 2003년부터 국내에 허용된 금융파생상품 중 하나다. 나온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신상품 개발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

증권사 파생상품 관계자는 "유사한 상품이 늘어나면 시장의 규모를 키워주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소형사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더라도 다른 대형사에서 베껴서 더 많이 파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타적 사용권을 주는 금투협에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상품이 한 곳에만 집중되다보면 고객들의 편의를 헤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무작정 기간을 늘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 복제가 늘어나면 그만큼 신상품 개발에 대한 의욕이 떨어져 증권사들의 경쟁력도 약화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개선안을)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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