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지자체 29곳 정부 정책 보증으로 빚 갚을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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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지자체 29곳 정부 정책 보증으로 빚 갚을 처지
  • 유경아 기자 kayu@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12월 15일 0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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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유경아 기자]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자체들이 정부의 영세민 지원정책의 빚보증으로 은행에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갚게 생겼다.

정부가 1990년대 '영세민에 대한 전세입자 저리 융자 제도'를 시행, 돈을 빌려간 영세민들이 갚지 못하자 은행이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해당 지자체는 서울 15곳, 경기 10곳, 인천 2곳, 전남·충북 각 1곳 등 29곳에 달한다.

은행이 항소심까지 일부 승소한 상태며 조만간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추진될 예정이다.

15일 법원과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는 1990년 5월 부동산투기 억제 대책의 하나로 영세민에 대한 전세입자 저리 융자를 진행했다.

당시 국민은행 합병 전인 주택은행이 기금을 조성하고 기초자치단체의 보증을 전제로 전세자금을 대출했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주택은행과 이 같은 내용의 협약을 맺은 뒤 채무 보증을 섰고 은행은 영세민에게 가구당 500만∼1000만원을 대출해줬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지자체 29곳의 영세민 51명은 대출금을 미처 갚지 못했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 사이 이 제도는 폐지돼 지자체 보증 대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첨부하도록 했고 주택은행은 국민은행에 합병됐다.

지자체 일부는 담당 부서가 바뀌며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뒤늦게 이들 지자체에 원금 잔액과 이자, 지연 손실금 등 지자체마다 300여만∼3800여만원을 대신 갚으라고 요구했다.

각 지자체는 일부 채무자 파산, 은행 협약 위반, 연대보증채무 시효 완성 등 8가지 이유를 들어 면책을 주장했다.

그러자 국민은행은 2011년 7월 이들 지자체를 상대로 보증채무금 소송을 제기했다.

올 초 1심 재판부는 "지자체의 주장 대부분 이유 없다"며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채무자가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아도 보증 책임이 소멸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연대보증 채권의 시효는 대출 만기일로부터 3∼5년으로 이미 지났지만 은행 측이 시효 완성 전에 중단시켰기 때문에 유효한 것으로 판단, 시효가 지났다는 지자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은행 측도 채무자와 보증인 관리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며 지자체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양측 모두 항소했다.

그러나 지난달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했다. 오히려 지자체의 책임은 70%로 늘었다.

결국 이들 지자체는 70여만∼2500여만원을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경기지역 한 지자체 담당자는 "중앙 정부에서 벌여놓은 일을 지자체에 책임지라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재정난으로 한 푼이 아쉬운데 20년 전 영세민 빚까지 물어주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자체들은 대부분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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