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위직 '감독대상 기관'에 무더기 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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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고위직 '감독대상 기관'에 무더기 재취업
  • 김일권 기자 ilkw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10월 13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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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일권 기자] 최근 2년간 한국은행을 퇴직한 고위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한은의 감독대상인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절차상으론 적법했지만 엄연한 피감기관으로의 이동인 만큼 이직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이 13일 이낙연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2년간 퇴임한 고위(2급 이상) 임직원 8명은 행정안전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 '취업제한업체'에 재취업했다.

이들의 새 직장은 모두 금융사다. 2011년 12월 퇴직한 안모 연구조정역(1급)은 한 달도 안 돼 BNP파리바로 옮겼다. 2012년 퇴직한 장모 부총재보(임원)는 한 달 만에 서울외국환중개, 신모 자문역(1급)은 두 달 만에 JP모건으로 갔다.

올해 한은을 그만둔 정모 주임교수(1급)는 한 달 만에 제주은행, 이모 자문역(1급)은 20일 만에 모간스탠리, 김모 국장(1급)은 5일 만에 KB생명보험에 각각 새 둥지를 틀었다. 점점 이직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는 추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2년이 지날 때까지 퇴직 전 5년간 맡은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취업제한업체)으로 이직할 수 없다. 사전 심사·승인을 거친 경우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한은 인사경영국 관계자는 "이들 모두가 적법한 이직"이라고 밝혔다. 취업이 제한된 기업이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들의 새 직장 업무가 기존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모두 승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 고위직들이 금융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은이 지난 2011년 한은법 개정으로 금융감독원과 같이 금융사에 대한 조사·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기 때문이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처럼 퇴직임원들이 자칫 감독대상 회사의 로비창구로 전락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상당수 퇴직임원은 재취업 시점이 퇴임 후 1개월조차 안 돼 현직 프리미엄이 고려됐을 가능성 역시 크다.

이낙연 의원은 "금융기관 공동검사를 수행하는 중앙은행의 고위직들이 퇴직과 동시에 피감기관에 재취업한 것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관련 규정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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