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물가' 4만원 체온계가 18만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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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물가' 4만원 체온계가 18만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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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9월 27일 0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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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메가마트 부산 남천점내에 있는 선물세트 행사장에서 고객이 손 세정제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손 세정제 선물세트가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전체 선물세트 중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신종플루 확산이 독감 관련 제품의 일부 품귀현상은 물론 가격 급등까지 불러오고 있다.

독감 예방 등 국민건강 필수품으로 부상한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물가당국 감시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탓에 한 달 새 4배 안팎이나 치솟은 품목까지 나왔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물량이 부족한 것은 수긍할 수 있지만 불안감에 편승한 상혼이 기승을 부리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4만원 하던 체온계가 18만원까지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감염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필요한 체온계, 예방에 도움이 되는 손 소독제와 세정제, 신종플루 공포에 따라 덩달아 수요가 늘고 있는 계절독감 백신 등이 꼽힌다.

외국 유명업체의 귀 체온계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5만원 안팎 하던 것이 18만원까지 올랐다. 국내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지난달 15일 이후 수요가 폭주한 반면 공급이 달리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출산을 준비 중인 신림동의 김모씨는 "출산 후 귀 체온계를 구입하려 했는데 유명 외국업체 제품이 18만원까지 치솟아 구입을 포기했다"면서 "지금 가격은 해도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가격 편차도 커지고 부르는 게 값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에는 이 제품의 최저가격이 15만8천400원, '에누리'에는 8만9천800원으로 올라 있다. 미국의 아마존에서는 아직 50달러 안팎에 팔리고 있다.

계절독감 백신을 맞는 가격도 20% 이상 올랐다.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은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공급량은 1천100만개로 예년보다 400만개(27%) 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작년에 어른 2만5천원, 유아 2만원 하던 접종비가 어른 3만원, 유아 2만5천원으로 20~25% 올랐다.

손 세정제도 품절된 곳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서는 가격이 10% 이상 오른 곳이 많다.

이에 따라 신종플루 관련 제품을 둘러싼 소비자 민원도 속출하고 있다.

배송지연이 대표적이다. 소비자원이나 인터넷 쇼핑몰의 게시판에서는 배송지연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달 동안 배송이 안돼 구매신청 자체가 자동으로 취소되거나 유통업체가 공공기관 납품을 이유로 배송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다.

신종 플루 확산에 따른 손 세정제와 마스크, 체온계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 성수점에 손 소독 청결제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지나친 광고도 소비자를 울리고 있다. 홈쇼핑TV에서 홍삼, 초유, 흑마늘 등을 판매하면서 신종플루 예방식품이라고 선전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방역용 마스크가 아닌 일반 부직포 마스크까지 신종플루 마스크로 둔갑하고 있는 실정이다.

◇ 물가관리 사각지대..대책 아직 없어

정부는 국내에서 신종플루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종합적인 대책을 펴고 있으나 요즘처럼 관련제품의 가격이 급등하는데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선 보건소와 공항검역소 등에서 예방에 주력하고 대국민 홍보도 활발하게 전개해 감염 확산속도를 다른 나라에 비해 낮추는 데는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 수요가 늘어난 데에는 미처 손을 쓰지 못한 것이다.

특히 백신이나 마스크 등 직접적인 예방용품에 대한 수요예측은 어느정도 가능했지만 체온계나 열감지기, 소독기 등 간접적인 용품은 요즘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예상치 못하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정책을 펴는 기획재정부나 신종플루 방역을 책임지는 보건복지가족부 역시 최근의 관련 제품 가격이 치솟는 사태에는 미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재정부의 경우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 등 명절 특수 제품의 가격 관리에 만전을 기하느라 신종플루 관련 대책은 복지부에 미뤄놓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체온계나 마스크 등은 물가관리대상 품목이 아니어서 최근의 급등세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인 물가에 주는 영향보다는 해당 이슈에 관한 것인만큼 정부로서의 할 일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신종플루에 대해 경계심이 높아졌을 뿐 나라 전체로 확산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환자가 늘어나면 관련용품 가격급등이 다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10-11월에 감염자가 급증할 경우 관련용품 가격 급등이나 공급부족은 단순히 물가 차원이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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