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박근혜 정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울부짓던 촛불의 물결은 새정부를 기대 반, 불신 반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문재인 19대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았다. 그는 공공부문에서 총 8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경찰·소방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와 보육과 의료 등 사회서비스직 34만개, 30만개 간접고용 공공부문 인력의 직접고용 전환 등이 골자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당선 전 근로시간 단축, 유연 근무제를 통한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까지 합해 모두 13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기대감은 관련 정책 테마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조기 대선 체제에 돌입한 3월부터 대선일 전날까지 약 두 달간 취업포털 업체인 사람인에이치알의 주가가 28.24% 급등했다. 이 기간 취업포털 커리어넷의 대주주인 에스코넥은 8.68% 상승했다.
때마침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11.2%로 지난해 동기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99년 6월 이후 역대 최고치다.
그러나 막상 새정부가 출범하자 소위 일자리 관련주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윌비스는 일자리 정책이 언급된 10일 7% 정도 올랐지만, 11일에는 다시 0.54% 하락한 채로 장을 마쳤다. 에스코넥도 0.32%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증권시장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겪었던 '배신감 학습 효과'가 뿌리 깊다는 반증이다. 투자자들은 과거와 같이 무조건적으로 정책을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시행 여부는 물론이고 정책 관련주가 실제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쓰디쓴 배신을 경험해 본 투자자들은 이제, 판단 능력이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선거철마다 어김 없이 '테마주'는 등장할테지만 과거 대선 때에 비해 그 열기의 강도는 약해질 것이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