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고 '엔' 온다…안전자산 바톤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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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가고 '엔' 온다…안전자산 바톤터치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효 이후 달러 약세가 지속되며 이른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고 대체 투자자산인 엔화가 부상하는 추세다. 

시장에선 일본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정책이 강화되면 엔화 강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33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0.6엔 수준으로 장중 140엔대를 위협했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1.2%가량 떨어진 것이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0엔선을 기록한 것은 작년 9월 중순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같은 달러 약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관세정책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만 해도 최대 34%에 이르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만 하루도 되지 않아 관세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면서 달러를 대체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에 투자자들의 자산이 몰린 것이다. 

미국과 일본간 관세 협상에서 환율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 또한 엔화 강세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엔 환율도 최근 2년 만에 1000원을 넘어서 100엔당 1007.64원을 기록중이다.

원/엔 환율에서 엔화가 오르면 한국 제품이 일본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엔화 강세는 일본 투자자들이 환차손 우려 탓에 국내 주식이나 채권에서 자금을 뺄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도 통화가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은행이 오는 6~7월중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게 되면 통화가치 상승에 따른 엔화 강세를 자극할 수 있다.

앞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중앙은행(BOJ) 총재는 "현재 실질금리가 매우 낮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재차 시사한 바 있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를 강화할 경우 일본계 은행의 해외 대출이 줄고, 일본 투자자의 해외 투자금이 본국으로 환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흥국 금융 시장은 외국인 자금 이탈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최근 BOJ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도 대두된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타국의 고가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재현될 수 있어서다. 

작년 8월 엔화 강세를 예상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엔화를 급격히 매수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들썩인 바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쏠릴 경우,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많게는 5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한국은행 국제국이 발표한 '엔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 가능 규모 추정' 보고서에서 3월 말 기준 전체 엔캐리 자금 잔액은 506조6000억엔(한화 4708조원)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이중 6.5%인 32조7000억엔(약 304조원)을 청산 가능 규모로 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달러 약세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투자 선호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매도가 본격화되면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나 유로화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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