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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일명 '좌회전 김여사' 동영상 캡쳐) |
'좌회전 김여사' '현금수송차량 김여사' '운동장 김여사'……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각종 교통사고 동영상인 일명 '김여사 시리즈'에 여성 소비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고 있다.
여성운전자와 교통사고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으로 여전한 남성우월주의가 '김여사'라는 그릇된 선입견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 "'김사장' '김회장'으로 바꿔야"
27일 네이버와 다음으로 대표되는 국내 포털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 김여사'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를 몰고 있다. 주로 아찔한 교통사고 모습을 담고 있다. '좌회전 김여사'와 '현금수송차량 김여사'가 대표적이다.
'좌회전 김여사'는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불법 좌회전한 차량을 마주오던 오토바이가 피하다 쓰러지면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차에 받히는 사고 영상이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녹화돼 온라인상에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문제의 차량이 뺑소니를 치는 것 처럼 묘사돼 네티즌들의 공분을 낳기도 했다.
'현금수송차량 김여사'는 운전미숙으로 인해 작업중이던 현금수송차량 직원을 뒤에서 들이받은 사고 영상으로, 1명이 숨지는 처참한 장면을 그대로 담고 있어 충격이 가시질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운동장 김여사' '주차장 김여사'등 여성 운전자들을 지목한 제목의 동영상이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블로그 등지에 넓게 퍼져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운전자의 성별 확인 없이 '○○○ 김여사'라는 식의 제목이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여성 운전자들에게 일종의 '주홍글씨'를 덧씌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좌회전 김여사'의 경우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가 남성으로 드러나면서 '김사장' '김회장'으로 바꿔야 하다는 의견이 네티즌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돌고 있다.
교통사고와 관련한 각종 통계만 살펴봐도 여성들이 억울해할(?) 이유가 충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2만1711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여성 운전자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3만6928건에 불과했다. 17%의 사고율이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경우 여성운전자 비율은 9.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앞서 교통안전공단의 2010년 교통사고 조사에서도 운전면허 소지자 100 명당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남성이 1.13건, 여성은 0.34건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3.3배 더 많은 사고를 낸다는 의미다.
◆ 도로교통공단 "女 사고 적어" 보험연구원 "男 사고 적어"
물론 반론도 있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자동차 운전자 5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사고 발생횟수'는 여성 운전자가 0.18회로 남성 운전자(0.13회)보다 많았다. 여성의 평균 주행거리(약 1만2184km)는 남성(약 1만6701km)에 비해 짧았다. 주행거리 디배 여성의 사고율이 남성에 비해 높다고 볼수 있는 근거다.
각 수치들을 종합하면 무작정 '○○○ 김여사'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여성들이 잘못한 내용이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온라인상에 알려지면 '여자들은 이래서 안된다'는 인식이 순식간에 퍼지는 것 같다"며 "'김여사'시리즈가 유행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남자보다 여자가 운전을 못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 사회속에 뿌리깊다는 것이 문제"라며 "인터넷 상에서 실체가 불분명한 루머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이 모든 것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