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생산 전무…한국서 볶았다면 원산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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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생산 전무…한국서 볶았다면 원산지는 한국?
  • 문유진 기자 eugene@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4월 30일 0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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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 원산지와 무관 로스팅한 국가가 원산지…소비자 알권리 '뒷전'
   
 

커피의 주재료인 '생두'의 바뀌는 원산지표시 기준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생두의 재배지와 별개로 '볶은 지역'을 원산지로 표기하게끔 정부가 정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여론수렴과정이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생산지 관계없이 수입국을 원산지로 표시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초 수입산 커피 원두의 원산지 판정 기준이 원두 생산지에서 가공국으로 변경됐다. 생두를 볶는 곳이 원산지로 표기된다. 지식경제부가 주도했으며, 내달 본격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가공하지 않은 커피콩인 '생두'의 생산지를 원산지로 표시해 왔다.

에티오피아 생두와 콜롬비아 생두를 섞어 미국에서 로스팅 한 후 수입한다고 가정하면 제품 원산지는 미국이 된다는 얘기다. 이 기준에 따르면 커피 생두 생산이 전무한 우리나라도 커피 원산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불만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커피 업체들이 선진국을 원산지로 내세워 저질 커피를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꼼수'를 부려도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커피의 경우 국내 판매 시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만약 수입한 생두를 국내에서 가공해 제3국에 수출하는 경우 상대국에 특별한 원산지 표시 규정이 없다면 'MADE IN KOREA'(원산지 한국)로 표시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원산지 정보 제공과 관련해 커피를 '기호식품'으로 봐야 하는지 '생활밀착형제품'으로 봐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커피는 기호식품이고 100%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김치 등 다른 식품처럼 원산지를 소비자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지경부의 입장이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이 매년 소비하는 커피 소비량을 볼 때 커피는 기호식품이라기 보다 생활밀착형제품으로 봐야 한다는 게 한국소비자원 측의 주장이다.

◆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원산지 몰라도 된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원의 '원두커피의 표시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커피산업은 생두를 수입해 국내에서 로스팅∙가공 후 인스턴트 커피시장, 커피전문점 공급 및 일부 해외로 수출하는 형태다. 국내 수입된 커피 물량 중 91.4%가 생두다.

다량의 생두가 국내에서 가공 된다면 소비자들은 생산지를 알 수 없는 커피를 마시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원은 커피의 원산지를 비롯한 품질, 가격 등은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라고 주장했다.

이 곳 관계자는 "이번 원산지 변경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원두 재배지를 원산지로 표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컨슈머타임스 문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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