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등 건강 마라톤 '돈벌이 대회'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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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등 건강 마라톤 '돈벌이 대회' 변질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4월 30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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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비 핑계 제품 판매·고가 양도 논란…업체 "이득 전혀 없다"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마라톤을 즐기는 대학생 이모씨.

스포츠브랜드인 '스케쳐스'가 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해졌다. 대회 안내문을 살펴보던 이씨는 참가비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참가비는 5만원. 다른 마라톤대회의 2배에 달했다.

이씨는 "참가자들에게 러닝화를 지급한다는 이유로 참가비를 비싸게 받는 것 같다"며 "결국 마라톤을 핑계로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속셈 아니냐"고 지적했다.

◆ 마라톤대회, 제품 판매수단 변질 논란

나이키, 뉴발란스, 스케쳐스 등 스포츠브랜드들이 개최하는 마라톤대회가 늘고 있는 가운데 상업화를 비롯한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스포츠용품업계에 따르면 각종 기념품 및 마라톤용품 제공을 이유로 참가비가 높게 책정 되거나 대회 참가권이 고가에 양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이키는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참가자 7000명을 모집, 다음달 26일 '나이키 우먼스 레이스'를 개최한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기념 티셔츠가 제공된다. 완주자에게는 기념 목걸이도 지급된다. 대회 참가비는 3만원.

뉴발란스는 'NB레이스'를 6월 10일 개최한다. 이 대회에는 1만5000명이 참가하게 된다. 참가비는 2만원. 참가자에게는 티셔츠를 비롯한 기념품이 제공된다.

스케쳐스는 다음달 19일 'Go run(고 런) 페스티발'을 연다. 참가자는 3000명. 참가비는 5만원이다. 이 업체는 기념티셔츠와 자사 러닝화를 참가자들에게 지급한다.

참가비가 5만원까지 올라온 상황. 소비자 일각에서는 각 업체들이 마라톤대회를 제품 판매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회 참가 신청자들은 참가자격을 고가에 양도, 대회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지만 이를 막기 위한 장치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온라인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참가비의 몇 배에 달하는 7만~10만원에 양도가 이뤄지고 있었다.

스포츠브랜드 업체 관계자들은 마라톤대회 참가비 등으로 수익을 얻기는 불가능하다며 상업화 논란을 일축했다.

스케쳐스 관계자는 "대회 참가자들에게 12만원 상당의 신제품 러닝화를 제공한다"며 "참가비 5만원에는 신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가비를 받아도 전혀 이득이 없다"며 "수익적인 부분을 떠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행사"라고 강조했다.

양도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전에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타 업체 관계자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마니아 참가신청' 활성화를 통해 상업화 문제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마라톤협회 관계자는 "참가자들은 참가비를 내면서 뭔가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최근에는 주최 측이 제공하는 기념품 등을 받지 않는 대신 참가비를 할인 받는 '마니아 참가신청'이 늘고 있는데 이 같은 방식이 확산되면 (참가비를 올리는 등) 상업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 "업체∙소비자 모두 대회 본질 훼손 말아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업체들은 물론 참가자 스스로도 대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소비자는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 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홍보할 수는 있지만 도가 지나치면 '상술'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에게 축제의 장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소비자 스스로가 대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며 "참가비 2만~3만원을 내고 이를 10만원에 되파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냐"고 꼬집었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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