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4∙11 총선 '정치 소비자' 는 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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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4∙11 총선 '정치 소비자' 는 피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2월 28일 0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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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전화문자∙이메일 등 '스팸성' 선거운동… "항의전화 많아"
   
▲ 선거운동원이 행인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자료사진)

직장인 최모(서울 강남구)씨는 최근 아침 출근길이 짜증스럽기만 하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명함을 돌리는 국회의원 예비후보들과 선거 운동원들 때문이다.

지나가는 행인들을 가로막고 갑작스레 인사를 하는 통에 인도가 복잡해지기 일쑤인가 하면 자신의 기호와 이름을 외치는 큰 목소리는 일대를 '돗대기시장'처럼 만들기도 한다. 상쾌한 아침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풍경 앞에 최 씨는 인상부터 찡그려진다.

최씨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타인에게 피해가 되는 선거운동은 후보들 스스로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머지 않아 대형 스피커가 쩌렁쩌렁 울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 서울시내 지하철 역사 "안 그래도 복잡한데…"

4∙11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의 '얼굴알리기'가 본격화 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27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은 △길거리 인사 △휴대전화 문자발송 △유인물 배포 등을 주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강도'와 '빈도'다.

앞선 최씨의 사례가 일부 방증하듯 출퇴근길 행인들을 가로막듯 명함을 전달하는 홍보는 상당수 소비자들의 불쾌감을 자극한다. 특히 인파가 많이 몰리는 서울시내 주요 지하철 역사의 경우 행인들이 뒤엉키는 바람에 한바탕 '홍역'을 앓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휴대전화 문자발송도 논란거리다.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형형색색의 '이모티콘'까지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개인정보가 엉뚱한 곳으로 새 나가는 것은 아닌지, 같은 내용의 문제가 반복 수신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닌지 소비자들은 의문투성이다.

각 후보자들이 뿌리는 명함이나 유인물의 경우는 선거기간 동안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미 미운털이 박힌지 오래다.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물량공세가 이 같은 폐단들을 양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선관위에는 불법선거운동 관련 수백건의 제보와 고발이 이미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십분 방증하고 있다.

선관위 조사1과 관계자는 "선거운동으로 인한 불편함과 불법행위를 호소하는 전국 각 지역 유권자들의 항의전화가 선관위에 끊이지 않고 있다"며 "24일 기준 선관위가 소비자들로부터 불법선거운동 제보를 받고 조치한 건수만 673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중 부적절한 금품 또는 음식물 제공이 157건, 허가 되지 않은 인쇄물 배포가 145건 등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대선 총선 등 다른 선거들과 같은 시기 조건에서 비교하면 조치 건수가 소폭 늘었다는 부연이다.

◆ "조치건수 673건… 과거 비해 소폭 늘었어"

그는 "대형 인쇄물이 아닌 명함을 돌리는 정도는 허용되지만 법령으로 정한 곳 이외의 장소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다 적발되면 처벌받는다"며 "예비후보자가 현장에 없는 상태에서 운동원들이 명함을 돌리는 것은 불법이지만 직계 가족이 하는(명함을 돌리는) 것은 괜찮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자메시지 발송은 지역유권자 전체를 상대로 발송하는 대량발송에 한해 5회 이하로 제한된다. 이메일 발송도 비슷한 횟수제한 법령이 있다"며 "다만 유권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반드시 '선거운동정보' 문구를 삽입하거나 '수신거부'가 가능하게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거운동이 일종의 '스팸'으로 인식되고 있어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주부 김모씨는 "안 그래도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인데 선거철만 되면 동네 곳곳 시끄럽지 않은 곳이 없다"며 "게다가 휴대전화 문자마저 쉬지 않고 울려댄다. 조용하면서도 성숙한 선거운동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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