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우리나라의 '초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면서 치매 치료제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2017년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치매 등 노인성 질환 관리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꿈의 신약'이라고 불리는 치매 치료제 시장에 도전하는 일부 기업의 움직임이 관측됐다.
특히 국내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개발 중인 동아에스티를 기점으로 기업들은 투자유치, 임상협력 등 치매 치료제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치매는 3대 노인성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변형 및 축적돼 발병한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4년 12월 기준 약 1025만명을 기록하면서 전체 기준의 19.5%를 차지했다. 이대로라면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국가로, 최대 20년 안에 세계 최대 노인 국가가 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글로벌 조사기관 마켓어스는 알츠하이머성 뇌 질환 치료제 시장이 2024년부터 연평균 약 19% 성장해 오는 2033년 45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일본 제약사가 개발한 치료제가 국내에서 처방되기 시작하면서 업계가 연구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동아에스티,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도전
동아에스티는 올해 2분기까지 경구용 표적치료제 'DA-7503'의 국내 1상을 종료할 계획이다.
DA-7503은 알츠하이머병 및 타우병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로 '저분자 화합물 타우 응집 저해제'다. 타우 단백질은 신경세포의 미세소관에 결합해 신경세포 구조를 안정화한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병적인 상황에선 변형된 타우가 미세소관에서 분리돼 신경독성을 나타내는 타우 올리고머와 응집체가 형성된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DA-7503에 대한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같은 해 5월 임상 1상을 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건강한 성인 및 노인 72명을 대상으로 DA-7503의 단회 및 반복 경구 투여 후 안전성, 내약성 및 약동학적 특성을 평가한다.

◆ 직접개발 대신 '간접투자'···제약 3사, '치매 R&D'에 내민 손
종근당홀딩스와 종근당제약은 타 법인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치매 치료제에 손을 뻗었다.
양사는 지난 2022년 바이오 벤처기업 '바이오오케스트라'와 협약을 맺고 miRNA(마이크로RNA)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제 및 진단기기 개발에 50억원을 투자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투자금을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 물질 'BMD-001' 전임상과 임상, 임상시료 생산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RNA 신약 개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miRNA 간섭 기술을 활용해 BMD-001을 개발 중이다.
종근당홀딩스는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전달체 플랫폼 기술을 비롯해 동물실험에서 확인한 마이크로 RNA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 효과와 진단기기로의 개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진제약도 경구 치매 치료제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지난 2023년 아리바이오와 최대 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을 통해 삼진제약은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다중기전 경구용 치매치료제 'AR1001'의 국내 임상 3상 공동 진행과 독점 생산 및 판매권을 확보한 상태다.
◆ 지씨씨엘, 큐어버스와 '경구용 치매 치료제' 임상 수탁 계약
임상시험 검체 분석 기관 지씨씨엘은 지난달 24일 큐어버스와 경구용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후보물질 'CV-01'의 임상 1상 시험 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건강한 젊은 성인 및 노인을 대상으로 CV-01 경구 투여 후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약력학적 특성 및 생체이용률에 대한 음식물 영향을 평가한다.
지씨씨엘은 최첨단 분석 플랫폼인 '드롭렛 디지털 종합 효소 연쇄반응(ddPCR) 기기를 활용해 시험법 개발 및 약력학적 특성 탐색을 위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4종 분석과 검체 관리, 프로젝트 관리 등 센트럴랩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
CV-01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창업기업과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가 함께 개발한 치매 치료 후보 물질이다. 연구진은 기존 약물들은 12시간만 효능이 나타나고 사라지지만 CV-01은 48시간까지 효능이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상용화 시점은 5년 안팎까지 내다봤다.
◆ 업계, 자금 부담 등으로 치료제 개발 '시기상조'
다만 업계는 자금 부담 등의 이유로 아직 치료제 개발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평균 개발 비용은 56억 달러, 평균 기간은 13년이 소요되며 다른 신약 대비 2.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은 2050년 환자 수가 1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승인된 치료제는 '레켐비', '키순라' 등 소수에 불과한 상태"라며 "이마저도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경과를 늦추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제약사들이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패를 맛보는 상황"이라며 "다만 시장성은 높이 평가 받고 있기에 성공할 경우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