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강추위 왔는데…" 공공기관은 야간전력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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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강추위 왔는데…" 공공기관은 야간전력 '펑펑'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2월 17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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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테헤란로 '한국기술센터' 전력낭비 논란… "중단할 것"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인근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서울 송파구)씨는 퇴근 때만 되면 특정 건물의 번쩍이는 불빛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한국기술센터 옥외광고판이 말썽이었다.

지난 한파 내내 정부의 전기절약 감시망 속에서 냉기가 가득 흐르는 사무실을 버텼던 그였다. 2월 말까지 늦추위가 계속 될 것이라는 뉴스에 김씨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는 "전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기업들을 옥죈 통에 한낮에도 (난방이 충분치 못해) 추위에 떨면서 일을 하는 직장인들이 테헤란로에 가득하다"며 "강남 한복판에서 전력이 대거 낭비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좌시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직장인들은 '덜덜' 광고판은 '후끈'

지식경제부(장관 홍석우)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기술센터(관리단장 김용근)의 전력낭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파에 따른 정부의 전기절약 시책이 광범위하게 운영중인 가운데 불거진 사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16일 제보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국기술센터는 올 겨울 들어 건물 1층 인도방향 외벽을 할애한 '조명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세로 1~1.5m, 가로 30~40m규모의 대형 간판을 발광다이오드(LED)칩으로 가득 메운 방식이다.

인도와 차도로 직접 쏘아져 나오는 불빛은 반경 50미터 가량을 밝게 비출 정도로 강도가 센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건물들에서 새나오는 불빛을 간단히 묻어버릴 정도다.

문제는 테헤란로에 위치한 대형빌딩들 대부분이 정부의 전기절약 시책에 따라 난방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순 무분별한 전기사용을 막기 위해 백화점과 대형 빌딩 등의 실내 난방온도를 20도 이하로 제한했다. 1회 위반한 시설은 경고장만 발부되지만 2회부터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돼 기업들 입장에서는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

실제 서울시내 곳곳 대형빌딩에서 근무하는 상당수 회사원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 외투를 걸친 채 업무를 봐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퇴근 시간 무렵 펼쳐지는 앞선 '조명쇼' '전기쇼'가 직장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J사 직원 이모(서울 동작구)씨는 "이른 아침 사무실 창가쪽자리에서는 입김이 나올 정도로 실내 온도가 낮다"며 "대형 건물들의 난방온도를 감시하기 이전 정부기관이 먼저 나서 절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O사 직원 고모(서울 은평구)씨는 "퇴근 때 저 광고판을 본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욕부터 먼저 한다"며 "얼마나 빽이 좋은 곳이길래 전기를 저렇게 마구 쓰냐는 식의 힐난이 많다"고 말했다.

◆ "얼마나 빽이 좋은 곳이길래 전기를 저렇게 마구…"

뒤늦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지경부는 다급히 광고를 중단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지경부 산업기술정책과 관계자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며 "상황(전기절약 시책 시행 중인)이 상황인 만큼 지적 받을만한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센터에 입주해 있는 특정기관이 진행했다는 부연이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디스플레이 예술로 승화시킨 일종의 홍보물"이라며 "LED를 사용해 월 전기료는 4만원 정도로 알고 있다. 전기사용량이 많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비용적인 측면을 떠나 비난여론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광고를 전면 중단할 것"이라며 "혹한기에 비해 전기사용량이 줄어드는 3~4월에 (조명광고를)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기술센터 내에는 한국표준협회(회장 김창룡),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회장 구자균),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단장 김재섭),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단장 황창규),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정준양) 등이 입주해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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