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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
쌍용자동차(대표 이유일) 승합차 '이스타나'를 중고로 구입한 공모(경기도 의정부)씨는 최근 차량 운행 직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쌍용차 구형 차량은 아무 열쇠를 넣어도 다 열린다' '가위를 넣고 돌려도 열린다'는 등 지인의 장난기 어린 말이 사실로 확인됐던 것. 자신의 차량 키박스에 다른 사람의 차키를 넣고 돌린 순간 거짓말처럼 차량문이 열렸다.
공씨는 쌍용차 A/S센터 측에 키박스 교체를 요구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거절당했다.
공씨는 "차를 거지 같이 만들어 놓고 왜 수리를 거부하는지 모르겠다"며 "쌍용차가 만든 승합차를 구입한 운전자들은 차량문이 다른 차키로도 열리는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 남의 차 열쇠로 '잠금 해제'
연식이 오래된 중고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차량 출입문 잠금장치인 '키박스'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특히 열쇠를 사용하는 기계식 키박스가 적용된 차량의 경우 잠금 기능 자체가 사실상 무용지물일 개연성이 감지돼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국내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6~2007년 이전 출고된 차량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기계식 키박스 결함과 관련한 불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공씨의 사례가 대표적으로, 대부분 다른 차량 차키 혹은 길쭉한 형대의 쇠막대기로도 차량문이 쉽게 열린다는 피해 제보가 온라인 상에 적지 않다.
키박스 자체 구조결함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엇비슷한 차키 구조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의 경우 지난 2006년 가위 하나로 경승용차 2백여 대를 턴 20대 절도범 A씨가 경찰에 붙잡혀 사회적으로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A씨는 "1~2초면 (가위로 차량문을 여는데) 충분하다"고 밝혀 구조결함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었다.
2012년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2000년도식 차량은 여전히 거래가 활발하다. 키박스 결함을 가진 차량들이 적지 않게 운행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고차 전문 사이트 '카피알' 관계자는 "지난해 중고차 시장은 고유가와 내수경기 불안으로 인해 수입차와 대형차를 처분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며 "우수한 연비로 유지비 부담이 적고, 초기 차량 구입비용 부담이 적은 2007~2009년식 중고차가 많이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체 중고차 판매대수는 300만대 안팎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공씨와 같은 잠재적 피해소비자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쌍둥이 차키'가 제작된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 "1000대중에 한대 꼴로 같은 규격의 키박스 적용"
쌍용차 관계자는 "키박스를 포함한 기계식 자동차 키 한세트는 무작위로 차량을 선정해 장착하는 랜덤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때 1000대중에 한대 꼴로 같은 규격의 키박스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12일 현재 등록된 국내 자동차 전체대수는 1800만여대로 집계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별로 판매량이 상이해 직접비교는 무리나, 기계식 키박스가 적용된 동급동종 차량 중 최소 수십여대의 차량이 1개의 열쇠로 개폐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전자식 키박스(무선 도어락)가 보편화 되고 있고, 여기에서 한 개의 전자식 키로 또 다른 차량의 문이 열릴 확률은 100만분에 1정도에 불과하다"며 "때문에 누군가의 차키로 내 차 문이 열릴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공씨 문제와 관련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기계식 키박스가 보안에 허술하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소비자의 제보로 쌍용차가 재수 없게 걸려 들었을 뿐 구형 차량들 상당수가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5년부터 기계식 키박스가 점차 모습을 감춰 왔고 최근에 출시되는 신차들은 100% 무선도어락을 적용한다"며 "중고차의 경우 사정이 다른 만큼 중고차 구매 시 키박스 이상작동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