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화재보험(이하 현대해상)이 개인정보유출 의혹에 휘말려 곤혹을 치르고 있다.
어떤 유령업체가 최근 현대해상을 사칭, 보험가입자에게 전화를 걸어 가입자관련 정보를 일일이 열거한 것이 발단이 됐다.
현대해상 측은 타 보험사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크다며 경찰 수사의뢰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절키 위한 강도높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발신번호 역추적하니 '엉뚱한 곳'
현대해상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김모씨는 최근 '현대해상 본사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이 직원은 "김모씨 맞으시죠? 그랜저XG를 운행하고 계시나요?"등 김씨에 해당하는 정보를 확인했다.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자세한 정보까지 그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이후 이 여직원은 "지금 김모씨가 가입해 있는 보험은 형사합의금 지급혜택이 없으니 지급되는 다른 보험에 가입하면 좋다"며 김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다른업무를 보고있던 관계로 김씨는 일단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지만 찜찜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이에 김씨는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발신번호를 역추적, 확인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가 된 곳은 '현대해상본사'가 아닌 엉뚱한 곳이었다.
자신의 신분과 소속을 의도적으로 숨긴 '유령직원'이자 '유령업체'였던 것이다.
김씨는 현대해상 보험이력뿐만 아닌 개인신상명세가 유출된 것으로 판단, 직후 현대해상 측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기다려 보라"는 답변 외에 이렇다 할 해명은 들을 수 없었다.
김씨의 제보를 접수한 뒤 현대해상은 분주해 졌다. 김씨가 제시한 발신번호를 재확인하는가 하면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여러경로를 타진하는 등 내부조사에 착수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김씨로부터 확인된 전화번호 '572-****'는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음에도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 전화번호에 대해 어떤것도 확인이 안되고 있는 답답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쪽 실수로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수도 있지만 보험사들이 공유하는 대외전산망을 통하면 보험사 어디나 보험가입과 관련한 타사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현대해상가입자를 빼내기 위한 목적으로 다른 보험사가 이를 활용할 경우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개인정보가 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를 중심으로한 개인정보관리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것으로 해석된다.
◆ 현대해상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예정"
실제 자동차보험 만기시점도래와 동시에 수많은 동종업체로부터 가입권유성 전화나 휴대폰 문자, 이메일 등을 받는 개인운전자들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를 방증하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김씨와 같은 사례가 추가로 있는지 내부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며 "보험사가 수사기관이 아닌 탓에 조사에 한계가 있어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방지대책마련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소비자는 "보험가입도 어디까지나 사람이 하는 일인데 혹시나 나쁜의도를 가진 보험사 내부직원이 작심하면 수많은 개인정보는 그대로 노출되는 것 아니냐"며 "보다 치밀한 개인정보보호대책을 업체들이 만들어야 소비자들의 신뢰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정치권의 안이한 태도가 문제"라며 "하루빨리 관련 법조항을 손질하거나 추가로 제정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국가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보호 및 관리체계가 미흡하고 개인정보 과다 수집 및 남용으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통합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으로 OECD 수준으로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