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이지영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내놨다. 발표된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에는 사전검증을 통한 3개월 전 경영승계절차 진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회장 제도 등 CEO 선임 절차의 폐쇄적 운영을 지적하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이 12일 은행연합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 은행권 현안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이날 동시에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에 대해 발표했다.
제시된 '모범관행' 중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핵심원칙은 △CEO 후보군 관리·육성 종합 승계계획 마련 및 문서화 △비상승계의 경우 구체적 계획 마련 △이사회 연 1회 이상 승계계획 점검·관리 △은행의 중장기 경영전략 및 비전에 적합한 CEO 자격요건 점검·보완 △경영승계절차 단계별 조기 개시 △CEO 후보군 평가주체 및 평가방식 다양화 △외부후보군의 경우 체계적 검증절차 및 공평한 방법과 시기 마련 △경영승계절차 단계별 평가 기록 및 내용 공시 △상시후보군 관리로 실효성 있는 육성 프로그램 운영 △지주가 은행장 선임에 관여할 경우 은행 임원추천위원회 역할 보장 등 10가지이다.
특히 이중에서 주목할 부분은 경영승계절차의 조기 개시다. 해당 내용 중에서는 승계절차가 촉박하게 진행되는 것을 우려해, 최소 임기만료 3개월 전 경영승계절차 개시 시점을 명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현재는 다수 은행이 임기만료 2개월 전을 절차 개시 시점으로 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핵심원칙 등은 최종안은 아니다. 이복현 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 의장들도 실질적 경영진에 대한 관리 통제를 위해 본인들의 경험에 비춰 실효성 있는 방안 등에 대해 기탄없이 의견을 주셨다"면서 "이미 그중 일부는 오늘 제시된 내용에 반영돼 있는 것들도 있지만 향후 금융지주 등에 요청할 로드맵 등에 해당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등 후보자 사전 검증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CEO 선임은 전적으로 이사회의 권한이지만 과거에 다소 불투명하게 운영되거나 혹은 어떤 특정 인물이나 특정 흐름에 좌지우지되는 형태가 있었다"면서 "그것보다는 조금 더 공정하고 공개되고 사전 검증을 통한 기준과 방법으로 진행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부회장 제도에 대해선 "부회장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금융지주들도 여러 군데 있고 제도의 운영에 대해서는 존중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제도가 내부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됨으로 인해서 당시 시대정신에 필요한 신인 발탁이라든가 다른 외부의 경쟁자 물색을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우려가 있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이사들께서 공감했다"고 언급했다.
현재 지주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이 있어, 가이드라인의 도입 시기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이 원장은 "오늘 마련한 제도는 사외이사 추천 제도도 그렇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몇 년이 걸리는 그런 일들이어서 부회장 제도에 대해 말했던 것과 같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들러리를 서는 게 아닌가 하는 형태로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 것"이라며 "현재 선임을 진행 중인 지주 등에서도 향후 절차에서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지주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경영 능력과 비전이 입증된 경영진이라면 연임이 아니라 3연임이라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렇게 거꾸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지배구조법 개정안 등에 있는 원칙들이 작동하게 되면 그런 걱정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연임 자체가 선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도 없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되고 지난 2016년 지배구조법이 시행됐으나 대체로 지배구조법의 형식적 준수에 치중해 업계가 활용 가능한 모범관행이 부족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은행권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모범관행을 마련한 만큼, 이를 토대로 국내 은행이 글로벌 수준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나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해당 '모범관행' 원칙의 적용범위가 방대하기 때문에 각 은행지주와 은행 이사회가 논의를 거쳐 개선 로드맵을 마련하고 추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모범관행'은 핵심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하되, 은행별로 선택 가능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 등 원칙 중심의 유연한 적용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각 은행별로 영업 특성, 중장기 경영전략, 조직 문화에 따라 적합한 지배구조를 발전시켜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전체 은행권에 지배구조 모범관행 최종안을 공유해 은행별 특성에 적합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며 "이를 추후 지배구조에 관한 금감원의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