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 CJ 제일제당 '쇠고기 다시다' vs 대상 '쇠고기 진국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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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CJ 제일제당 '쇠고기 다시다' vs 대상 '쇠고기 진국다시'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9월 30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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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시장 '절대강자' 다시다
   
 

카피 [copy] 1. 같은 말 : 복사(複寫), 2. '모사'로 순화. (포털 '다음' 국어사전 참조)

국내 식∙음료 업계에 '카피바람'이 거세다. 카피제품이 생활 속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어느 것이 '원조'제품인지 소비자들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가짜를 의미하는 '짝퉁'과는 거리가 멀다. 만드는 업체가 분명하고 생산단계가 투명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불쾌하다. 원조인양 과시하고 당당히 광고하는 '철면피'에 기가 찬다. '진짜' 혹은 '원조'를 추구하는 소비자 패턴은 국적을 불문한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아니다'는 반론이 나올 법 하나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긴다.

중국산 '짝퉁'을 의미하는 '산자이'. 그랬던 산자이가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진짜를 뛰어넘는 '카피제품'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술력이 중심에 있다.

이를 식∙음료에 대입하면 맛과 제품 디자인으로 압축된다. 얼마만큼 진일보 했을까. 얼마만큼 차별화를 뒀을까. '모방'만 하고 '창조'는 게을리 하지 않았을까. 본보는 국내 식∙음료 업계를 중심으로 '카피제품'의 단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그래 이 맛이야."

배우 김혜자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의 맛을 보고 흡족한 듯 미소를 짓는다. CJ 제일제당의 복합조미료 '다시다' 광고다. 국내 대표 장수식품 중 하나인 '다시다'는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지만 인기는 여전한 듯 하다. 요리에 자신이 없는 소비자들은 "다시다만 넣으면 음식이 맛있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1970년대 중반까지 국내 조미료시장을 주도한 제품은 대상의 '미원'이었다. CJ 제일제당은 '미원'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미풍'을 선보였으나 역부족이었다.

◆ '미원'에 무너진 자존심 '다시다'로 살려

기존 조미료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린 CJ 제일제당은 제품 개발에 착수, 1975년 11월 복합조미료인 '쇠고기 다시다'를 시장에 내놨다. '다시다'라는 제품명은 '맛이 좋아 입맛을 다시다'라는 우리 말에서 따왔다.

'쇠고기 다시다'에는 정제염, 쇠고기양념분말, L-글루타민산나트륨, 포도당, 흑후추, 마늘향, 구운양파향 등이 함유돼있다.

이 제품은 쇠고기, 파, 마늘, 양파 등이 배합된 맛으로 1991년 시장점유율 51%를 달성했다. 1999년에는 76.3%, 2002년 이후로는 8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다시다'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열세에 몰린 대상은 1982년 '맛나'라는 유사 제품을 내놨지만 실패했다. LG화학도 1994년 '맛그린, 1996년 '진육수'라는 브랜드로 조미료 시장에 도전했지만 '다시다'의 아성을 꺾지 못했다.

2008년에는 가짜 '쇠고기 다시다'가 시중에 유통돼 CJ 제일제당이 홍역을 치렀다. 주로 업소용으로 판매되는 것과 동일한 포장에 담긴 '가짜' 제품은 유통기한 표시가 손으로 쉽게 지워지고 가격도 저렴해 정품과 쉽게 알아볼 수 있었지만 제품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0년 6월 대상은 CJ 제일제당 '쇠고기 다시다'의 대항마로 '쇠고기 진국다시'를 출시했다. '쇠고기 진국다시'에는 정제염, L-글루타민산나트륨, 진한쇠고기맛양념, 마늘농축액 등이 함유돼있다. 이 제품은 가마솥 원리를 이용해 조리 후 시간이 지나도 깊고 진한 맛을 유지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상품명은 물론 제품 포장 디자인도 CJ 제일제당의 것으로 착각할 만큼 흡사했다.

CJ 제일제당은 서울북부지방법원에 대상의 '쇠고기 진국다시'가 자사의 '쇠고기 다시다' 제품과 유사하다며 제조판매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 CJ 제일제당은 대상을 상대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형사고발했다. 법원은 지난 6월 '쇠고기 진국다시' 관련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를 기각했다.

◆ '쇠고기 다시다' 부동의 1위

   
 
양사의 감정은 상할 대로 상한 상태였다. CJ 제일제당은 항소로 끝까지 맞설 태세다. 이제 겨우 1심이 기각된 상황으로 길고 짧은 건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것.

끊임 없는 경쟁사의 도전에도 CJ 제일제당의 '쇠고기 다시다'는 조미료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5월에는 36년만에 제품 디자인을 새로 단장했다. 광고 모델도 바꿨다. 한류스타 권상우와 중년배우 임현식을 모델로 내세워 젊은 주부층과 40대 이상의 기존 고객층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자연조미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CJ 제일제당의 '산들애'와 대상의 '맛선생'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미료시장에서 펼쳐지는 CJ 제일제당과 대상의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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