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맞춰 드릴게요~ 아가씨들 물 좋습니다"
상태바
"싸게 맞춰 드릴게요~ 아가씨들 물 좋습니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7월 27일 08시 34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잠입취재 ㊤> 방학 맞은 여대생들 유혹하는 '노래방 도우미'
   
 

지난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 일대는 후텁지근한 공기로 가득 찼다. 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는 듯한 불쾌감이 내내 가시질 않았다.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락가락하는 소나기에 행인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자가 찾은 곳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맞은편 골목 지하에 위치한 노래방. 술을 주문할 수 있고 '도우미'라고 불리는 여성 접대부도 부를 수 있는 곳이었다. 지역에 따라 '노래빠' 혹은 '노래장'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불법이다.

노래방 입구 주변에는 이미 호객행위를 전담하는 '삐끼'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 "형님. 싸게 맞춰 드릴게요"

"찾으시는데 있으세요? 형님. 싸게 맞춰 드릴게요. 아가씨들 물 좋습니다. 다른데 가면 바가지 쓰세요 형님!"

한 사람이 작성한 '매뉴얼'이라도 있는 듯 같은 제안이 꼬리를 물었다. 특정가게를 지목하자 그곳 담당인 듯한 남자가 연신 허리를 굽히며 길을 텄다.

계단을 통해 내려가자 진한 화장의 다소 마른 듯 한 주인 아주머니가 출입문까지 나와 반갑게 기자와 일행들을 맞았다. 출입문 근처 구석에는 빈 맥주박스와 술병 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다른 방 손님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벽을 타고 새나왔다.

"몇 분이셔? 세분? 이쪽으로 오셔."

안내에 따라 방 안으로 들어섰다. 가로 2m, 세로 1m 크기의 대리석 재질 대형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암갈색 인조가죽 소파가 테이블을 'ㄷ'자 형태로 둘러싸고 있었다. 맥주컵 1개와 스트레이트 양주잔 1개, 언더글라스잔 3개로 이뤄진 '세트'가 총 3세트,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캔녹차와 홍차, 생수도 눈에 띄었다. 경찰이 단속에 나서더라도 주인이 '음료수용'이라며 시치미를 떼면 그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 안에는 화장실도 별도로 꾸며져 있었다. 남성용 소변기와 손 씻기 정도는 가능한 작은 크기의 세면대가 나란히 있었다. 성인 남성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가면 좁다고 느낄 정도의 넓이다.

"잠깐만 기다리셔"라는 아주머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웨이터로 보이는 정장차림의 건장한 남성 A씨가 나타났다.

"양주 1병에 맥주 5병 기본 세팅 되고요. 15만원입니다. 술은 필요하시면 더 말씀해 주시고요. 도우미 부르실거죠? 아가씨들은 인당 3만원씩 입니다. 한 시간 노신 뒤, 더 노시고 싶으시면 연장한다고 말씀 하시고요. 그런데 금요일이어서 아가씨들이 많지 않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금방 들어올 겁니다."

◆ "문쪽에서부터 1번입니다. 다 보셨죠 형님들?"

간단명료했다. A씨가 나간 직후 노래방 기기에는 한 시간을 나타내는 숫자 60이 표시됐다. 도우미 여성들은 '금방' 들어오지는 않았다. 약 15분 정도가 흘렀을 무렵 출입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열린 문틈으로 A씨가 빼꼼히 머리만 내밀었다.

"아가씨들 모실게요. 맘에 드실 겁니다. 잘 노는 친구들이에요."

4명의 도우미가 노래방 기계 앞쪽에 섰다. 한눈에 보기에도 20대 초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앳된 얼굴이었다.

"문쪽에서부터 1번입니다. 다 보셨죠 형님들?"

도우미들이 잠시 밖으로 나갔다. 맘에 드는 상대를 고르라는 듯 A씨는 우두커니 반응을 살폈다. 손님 숫자에 맞춘 '랜덤' 형식이 대부분이라는 사전 정보가 단박에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난감했다. 몰래 사진촬영까지 계획한 기자의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계속)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