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에 국내 산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국내 조선업계에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그널도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관을 통해 대량의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유럽연합(EU)가 도입처를 다변화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 그것이다. 이 경우 현재 전 세계에서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는 국내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손꼽히고 있어 다시 한 번 슈퍼 사이클(초호황)을 맞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올 들어 빅3 가운데 선박 수주 실적이 없던 삼성중공업이 지난 23일 아프리카 지역 선사로부터 9985억원 규모의 LNG선 4척을 수주하면서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앞서 LNG선 수주 실적은 한국조선해양이 8척, 대우조선해양이 5척을 기록한 바 있어 빅3의 수주 실적은 총 17척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빅3의 연간 LNG선 수주실적(66척)의 26%에 달하는 성과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감이 다른 산업에 비해 조선업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EU의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EU가 러시아에서 가스관을 통해 가져다 쓰는 천연가스는 전체 수요의 40% 수준인데 우크라이나와 연결돼 있다"면서 "양국의 갈등으로 인해 러시아가 가스관을 막아버리겠다는 위협설까지 돌면서 EU가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EU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막은 최대 이유도 LNG선 수주 독점 우려 때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로 수혜를 입는 것도 두 회사를 비롯한 국내 빅3 조선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독일이 러시아와 연결된 해저 천연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 승인 절차를 중단한 것이 그 시작으로 보인다. 노르트 스트림-2는 발트해 해저를 통과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독일로 직접 보내는 1230㎞ 길이의 가스관이다.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노르트 스트림-2 주관 기업인 '노르트 스트림-2 AG'와 관계자에 대해 제재를 지시한 바 있다.
김용민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노르트 스트림-2는 발트해 해저를 통과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독일로 직접 보내는 가스관"이라며 "독일은 낮은 에너지 비용과 유럽 전역으로 수출할 경우 얻을 이득을 포기하며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러시아를 향한 제재로 감소할 수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 및 기타 국가로부터의 해상 LNG 수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조선업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연료 운반선의 발주 수요 견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독일은 시작일 뿐 유럽 다른 국가들도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EU의 주력 선종인 LNG선은 앞선 이유 외에도 탄소저감 노력과 노후화로 인한 새 선박 발주량 증가가 예상된 상황이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태는 해상플랜트 발주도 증가시킬 것으로 보여 국내 빅3의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