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요인 많은데 '서민 술' 인식에 소비자 저항 우려

[컨슈머타임스 안솔지 기자] # '애주가'를 자처하는 직장인 진모 씨(28)는 일주일에 2~3차례 술자리를 가진다. 소줏값이 인상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진 씨는 "편의점 맥주 가격도 올랐는데 소주 같이 서민층이 주로 찾는 주류 가격도 오른다니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 성동구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 중인 A 씨(39)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A 씨는 "출고가가 오른다면 매장에서도 주류값을 올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주류값 인상까지 겹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주류 매출이 30~50%를 차지하는 매장은 더욱 타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민 대표 주류'로 불리는 맥주와 소주 가격이 잇달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민들이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미 편의점에서는 수입맥주 '4캔=1만원' 공식이 깨졌다.
지난해 12월 초 하이네켄코리아는 하이네켄, 타이거, 에델바이스, 데스페라도, 애플폭스 등 수입맥주 제품의 4캔 묶음행사 가격을 1만1000원으로 올렸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의 수입맥주 제품은 물론 수제맥주인 제주맥주도 편의점 행사가를 1만1000원으로 올렸다.
이러한 가격 인상 이유는 맥주 주재료인 맥아(보리), 홉 등의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kg 당 수입 맥아 가격은 926원, 수입홉 가격은 2만553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8% 가량 오른 수치다.
캔맥주 포장재인 알루미늄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조달청의 런던금속거래소 가격 동향에 따르면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269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2018달러)보다 33.54% 상승했다.
또 오는 4월부터 주세가 인상되면 국내 맥주 역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세가 인상되면 제품 마진율은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다. 맥주에 붙는 세금은 리터 당 855.2원으로 작년보다 20.8원 오른다.
소주 또한 가격 인상 요인이 감지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0개 주정 제조업체가 참여해 만든 주정 판매회사인 대한주정판매가 주정 가격을 평균 7.8% 인상했다. 2012년 이후 10년 만의 인상이다.
이에 따라 과세 주정은 드럼(200L)당 36만3743원에서 39만1527원으로, 미납세 및 면세는 35만1203원에서 37만8987원으로 오른다.
소주는 순도 95%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더해 희석식 소주를 만든다. 핵심 원료인 주정 가격이 오른 만큼 소주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2년에도 주정 가격 인상이 한 달여 만에 소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핵심 원료인 주정을 비롯해 병뚜껑 가격도 인상됐다. 삼화왕관과 세왕금속공업 등 병뚜껑 업체들은 지난 1일 소주 병뚜껑의 공급가를 평균 16% 인상했다.
빈용기 취급 수수료도 인상됐다. 환경부는 이달부터 소주병 취급 수수료를 현행 400ml 미만 술 30원에서 32원으로, 400ml 이상 제품은 34원에서 36원으로 올렸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측은 "가격 인상은 현재 논의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식당·주점 등 외식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대표적인 서민 주류인 소주와 맥주 가격에 대한 저항이 클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하지만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와 소주 모두 가격 인상 요인이 산재하고 있고 이를 수년째 업체가 부담하고 있어 더이상의 가격 동결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정 가격 인상에 이어 오는 4월 맥주 주세 인상이 예정된 만큼 '같은 일을 두번 치를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며 "가격 인상 시기는 소주와 맥주 모두 3월 말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격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현재 4000~5000원 수준인 맥주와 소주 가격은 5000~6000원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출고가를 몇 십원 올리더라도 식당에선 인건비 등을 추가로 반영해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소맥(소주+맥주)'을 마시기 위해 1만원을 내야하는 시대가 머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