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은행권 내 성희롱, 모니터링으로 2차 가해 방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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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은행권 내 성희롱, 모니터링으로 2차 가해 방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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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은행권 성희롱·성추행 사건 69건 가운데 해직·파면 11건, 대부분 경고·감봉·정직 수준
은행권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은행권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은 매해 끊이질 않는다. 지난 5월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국책은행(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공한 자료에 최근 5년간 윤리강령을 위반한 사례는 총 243건이었다. 그 가운데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69건(28%)으로 가장 많았다.

신고된 성범죄 가운데 해직·파면으로 이어진 경우는 겨우 11건에 불과했다. 가해자의 대부분은 경고, 감봉, 3~6개월 정직 수준으로 처벌받았다. 처벌 수준이 낮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계속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발생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성희롱은 성과 관련된 말 또는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주는 경우를 뜻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서 성희롱 방지 조항을 취급하고 있지만 형사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형법 처벌도 어려워 그야말로 '법의 사각지대'다. 기업과 개인의 판단과 처벌, 예방이 최선이다.

은행들은 고용노동부의 법정의무교육에 의해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매년 전 임직원과 승진자, 준법감시책임자를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온라인과 대면으로 실시하고 있다. 회사 게시판을 통해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예방 교육을 시행한다.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신고 센터를 운영해 사내 변호사가 신고를 받고 사후 조치에 나선다.

NH농협은행은 매년 전 임직원에게 사고재발 방지 및 경각심 조성을 위해 사고 사례 전파 교육 등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상시 문서로 행동 지침 준수를 지도하고, 온라인으로 '익명제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DGB대구은행은 2017년 임원 4명이 용역업체 파견 여직원들에게 성희롱·성추행을 저지른 사건이 크게 대두됐다. 그해 7월 25일 대구은행은 은행장 직속 DGB인권윤리센터를 설립했다. 전 직원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연 1회 실시하고 신입행원과 신입책임자, 예비영업점장 등 직급별로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 신고가 능사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2018년 3월 직장 내 성희롱 익명신고센터를 개설한 후 지난해 말까지 총 2395건의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있었다.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문제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행하는 등 수직적인 사내 문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신고 이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신고 건 가운데 '취하 및 기타종결 처리' 비중은 45.9%(1100건)였다. 신고인의 자진 의사에 따라 취하하거나 법 적용 제외대상 등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한국여성민우회 일고민상담실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113건이었다. 이 가운데 기업이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사건 판단을 유보하는 등 문제적인 반응이 많아 피해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민우회는 실효성이 없는 법제와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우회 관계자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성희롱·성추행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은행 경영진은 성희롱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회사 내 평등한 업무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내 '유리천장'과 결부 시켜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평등한 환경에서 일하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직급이 높은 경우가 많고 사내 영향력이 있어 피해자가 따돌림을 겪게 되거나 업무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 등 증명하기 어려운 피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기업 내에서 적절히 판단해 처벌을 강하게 내려야 하지만 무엇보다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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