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의 시선] 기업의 '대중(Crowd) 위로'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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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의 시선] 기업의 '대중(Crowd) 위로' 생존전략
  • 박항준 국민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danwool@naver.com
  • 기사출고 2021년 05월 20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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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보 비대칭 시대에서 대중(大衆)의 욕구나 수요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기껏 10가지에 불과했던 시대다.

그러나 정보 대칭 시대의 대중(大衆)은 풍부하고 다양한 정보들 덕분에 그들이 바라는 버킷리스트의 양과 질이 급속히 확대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많이 알면 배가 더 고픈 법이다. 급여가 수직 상승하거나, 복권에 당첨되거나, 투자한 주식이 대박 나는 등의 급격한 현실 변화 없이 하고 싶은 일만 늘어나게 되면서 대중(大衆)은 더욱더 큰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맞보게 되고 있다. 이미 5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포기), 7포 세대, N포 세대라는 자조석인 말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대중(大衆)에게 유입되는 다양한 정보를 제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무력감을 최소화하고 대중의 꿈(Dream)에 위로와 희망을 주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이 분야가 앞으로 새로운 산업이 되고, 사회적 갈등 해결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다.

대중이 갖게 되는 꿈(Dream)이 현실 가능한 내용이면 자신의 중장기적 노력으로 실천하게 된다. 주로 여행, 맛집, 사진, 취미, 반려동물, 다이어트, 운동 등의 분야다. SNS에 개인의 사진들을 벽돌 삼아 자신만의 공간을 창조해 낸다. 오프라인에서는 커뮤니티나 NGO 활동으로 자기만족적 삶을 즐기고 있다.

반면 도저히 실현 불가능하거나 단기간 내에 실현이 어려운 분야라면 대중(大衆)이 꿈꾸던 꿈(Dream)을 대체 만족시켜 위로하는 방안이 '메타버스(meta verse)'다. 메타버스의 목적은 한마디로 '대중위로(大衆慰勞)'다. 기존의 가상현실(VR)과 다른 점이다. 이루지 못하는 이상 사회나 목표를 가상세계를 통해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것이 '대중위로'다. 따라서 '대중위로'는 cheer up 즉, 위로와 희망이 함께한다.

예를 들어 이전까지의 전시·행사들이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면 앞으로의 전시·행사는 명확히 '대중위로'가 목적이어야 한다. 대중을 가르치려 하고 정보를 전달하려는 전시에 대중(大衆)은 이미 흥미를 잃고 있다. 대부분의 전시 대상 작품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회에 직접 참여하는 이들은 작품을 직접 보면서 '위로'를 받고, 다른 각도로 생각할 수 있는 창의적 '기회'를 찾기 위함이다. 반대로 말하면 앞으로의 전시나 행사는 정보전달이 아닌 참여한 대중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중위로'의 대표적 사례는 최근 여의도에 오픈한 백화점 '더 현대'다. 기존 백화점은 빼곡한 상품진열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고객들의 부족한 쇼핑 정보를 백화점이라는 포털로 일시에 해소해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정보 비대칭 시대에 27,000평 규모인 '더 현대'의 공간 콘셉트는 백화점이라 부르기에 다소 무색하다.

빽빽한 상품 전시 대신 정원을 배치해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인테리어에 자연조명까지 배려했다. 한마디로 '더 현대'는 소비자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제시하는 콘셉트공간에 치중했다. '대중위로'를 지향하는 기업의 과감한 행보다.

 

▲여의도 '더현대' 내부전경_사진제공 인스타: @smmmkng
▲여의도 '더현대' 내부전경_사진제공 인스타: @smmmkng

'대중위로'는 정보 대칭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기업과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이며, 대중주도 사회를 이끌 중요 화두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 행사 기획이 '대중위로'를 지향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그러나 솔직히 지금 현업에 있는 공간 설계자나 전시기획자, 기업 담당자들 모두 이 사실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더현대'와 같은 과감한 실행력이다. 막상 전시를 기획하거나, 공간을 설계하고,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면 그래도 기존의 콘셉트에 구색은 맞춰야 한다는 강박과 고정관념에 매립되어 '대중위로'를 선택하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더현대'의 50%에 달하는 공간을 '대중위로'로 선택하면서 겪었을 고뇌와 갈등 그리고 보수적인 백화점 조직 내부의 강력한 저항을 극복한 기획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만큼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제 '대중위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테마가 되고 있다. '대중위로'에 대한 인식과 실천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과 조직, 사회의 생존전략임을 명심하자./박항준 국민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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