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의 컨슈머 시선] 소비자 전세금 반환소송과 소멸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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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의 컨슈머 시선] 소비자 전세금 반환소송과 소멸시효
  • 엄정숙 법도 대표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4월 15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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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입니다. 임대차계약이 끝났는데 전세금을 돌려받기 힘듭니다. 돈을 받지 못한 채 사정상 10년 넘게 계속 살고 있어요. 채권은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오래되면 소멸시효에 의해 사라진다고 들었어요. 보증금 채권도 시간이 오래되면 없어지나요? 만성적인 일이라 그동안 보증금을 달라고 한 적은 없어요. 법적으로 제 보증금은 없어진 것인지요?"

임대차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마음 고생하는 세입자들이 수두룩하다. 이럴 때 세입자는 보증금도 못 받은 채 무작정 이사한 뒤 10년간 장기간 방치하면 보증금채권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민법 제162조 제1항은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해 보증금채권도 소멸시효가 있다. 소멸시효란 권리자(세입자)가 일정한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지는 제도이다. 소멸시효제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법률관계가 점점 불명확해지는 것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이다. 일정기간 계속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어려워지는 증거보전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람은 권리위에 잠자는 자이기 때문에 법이 보호해주지 않는다. 소멸시효가 완성되려면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 돼야 한다. 채권은 일정기간 권리행사를 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반면 권리행사를 계속하고 있으면 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권리행사는 반드시 소송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보증금을 달라고 요청, 청구하는 것으로도 된다. 

보증금을 달라고 한 적은 전혀 없지만, 임차목적물을 점유하고 있었던 경우에도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볼까. 판례는 보증금 요청이나 반환청구 없이 '계속점유'한 경우도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본다.

실제로 오랜 기간 건물을 점유한 것을 권리행사로 보아 전세금반환소송에서 승소한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6다244224 판결). 임대차계약이 끝나자 집주인 B는 세입자 A에게 건물을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A는 이사를 가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A는 결혼하게 되어 집을 나가게 되었는데 해당 건물은 어머니에게 관리를 부탁했다.

오랜 기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A는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을 냈다. 집주인 B는 시간이 오래되어 소멸시효 완성으로 채권이 사라졌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A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임대차가 종료함에 따라 발생한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며 "임차인이 임대차종료 후 동시이행항변권을 근거로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는 것은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에 기초한 '권능을 행사'한 것이고 보증금을 반환받으려는 계속적인 권리행사의 모습이 분명하게 표시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직접적인 이행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권리 불행사라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즉, 계속 살고 있다는 행위 자체를 보증금 채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때문에 보증금은 소멸시효 사라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만약 집주인이 보증금을 즉시 지급하지 않고 있는데, 이사를 가야 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보증금이 사라지지 않을까. 이사를 가야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 할 수 있지만 임차권등기를 해두어도 시효는 진행된다. 즉시 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 없고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부 짐을 남겨두고 계속해서 점유는 유지돼야 한다. 

계속 살 수 없다면 임차권등기를 해 둔 뒤에는 곧바로 '전세금 반환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전세금 반환소송이란 받지 못한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대법원이 발표한 2020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전세금반환소송의 건수는 5천703건으로 집계됐다. 보증금 반환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전세금반환소송 센터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무료상담만 2015년부터 현재까지 1천833건 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하면 소송상 지연이자 12% 뿐만 아니라 인지대, 송달료 등의 소송비용, 변호사비용까지 모두 받을 수 있다.

결론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데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기간이 오래되었다면 보증금을 달라고 권리를 행사해야 소멸시효로 전세금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가재도구를 남겨둔 채 계속 건물을 점유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소송 제기, 지급명령, 전세금 반환 내용증명 발송 등 법률적으로 확실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엄정숙 법도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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