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5월 3일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를 두고 주식시장이 들끓고 있다.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공매도가 뭐길래 이렇게 반대하는지, 찬반 논란에 대한 입장차이, 해외 사례로 본 공매도의 앞날은 어떤지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컨슈머타임스 전은정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공매도는 실제 개인에게 불리한 운동장이다. 한국에서 공매도의 대부분은 외국인·기관투자가로부터 나온다. 이들에게 유리하게 판이 짜여 있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믿음이다. 개미들은 공매도가 늘어나면 주가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공매도가 원인이 돼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실제 국민 10명 중 6명은 공매도 재개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조사한 결과, 공매도 재개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24.0%, '반대한다'는 응답은 60.4%로 반대 의견이 월등히 높았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15.5%였다.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국내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고 공매도가 재개되면 게임스톱 사례처럼 개미들의 힘을 모아 공매도 세력에 대항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투연은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문구를 내건 버스를 이달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여의도~광화문 일대에서 왕복 운행하며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또 공매도가 재개되면 공매도 잔량 1위 종목인 셀트리온(코스피)과 에이치엘비(코스닥)를 시작으로 해당 종목 개인 주주들과 연대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는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선거용 대책이라고 본다"면서 "대형주 공매도로 지수가 하락하면 지수연동 상품에 연계돼 여타 종목도 하락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세력이 계속 개인투자자 재산을 쉽게 가져가는 구도를 혁파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대책"이라며 "대정부 투쟁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투연은 공매도 재개를 일단 1년간 더 연기하고 공매도 제도를 개인에게도 공정하게 근본적으로 개혁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투연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면 외국계 자본 일부가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외국인 비중이 높아서 이를 정리하고 국내 자금을 유입하면 장기적으로 좋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지난달 30일자로 20만6464명의 동의를 얻어내 청와대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원인은 "공매도를 금지한 지금, 주식시장이 돌아가는 데는 단 하나의 문제도 없다"며 "공매도를 부활시킨다면 이번 정부와 민주당은 상상도 못 할 역풍을 맞고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참여인원이 20만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때도 공매도 폐지 국민청원이 올라와 20만명을 넘겼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대 의견이 높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제도 자체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공매도가 원래 취지대로 잘 운용되면 개인 투자자들이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 총리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모든 회원국이 이 제도 갖고 있는 만큼 글로벌스탠더드인데 우리만 끝까지 연장할 순 없다"며 "불법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위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금융위 역시 공매도 금지는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 직후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기 위해 시행됐던 만큼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오른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매도를 예정대로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품 제거 등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공매도는 5월 3일부터 일부 재개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5월 3일부터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재개하기로 결정했다"며 "공매도가 허용되는 종목은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200 및 코스닥 150을 구성하는 대형주"라고 밝혔다.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종목은 국내·외 투자자에게 익숙하고 파생상품시장과 주식시장간 연계거래 등 활용도가 높다. 또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하여 공매도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이 감안됐다.
아울러 은 위원장은 "불법공매도에 대해 과징금 및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공매도 목적의 대차거래정보는 5년간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오는 4월 6일 발효 예정"이라며 "정부도 시행령을 차질없이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개인 투자자의 불신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 자본의 이탈, 증시 과열 등의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번 결정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공매도는 해외 투자가들에게 주요한 투자 헤지(Hedge·위험 회피) 수단인데 금지 조치가 계속될 경우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직후 프랑스·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가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지난해 대부분 재개했으며, 지금까지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에 관한 부정적 여론과 시장에서 제기되어온 재개 필요성을 반영한 절충안이라고 본다"며 "코스피 200, 코스닥 150 구성 대형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충분히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