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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통행료의 카드결제를 막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도로공사 측은 카드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단말기가 없다'는 등의 거짓 이유로 카드결제를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내부 관리자들 사이에서도 통행료 카드결제 가능 여부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결제가 가능한 카드 역시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 특수 후불 카드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 고속도로 통행료, 카드결제 불가능?
#사례1= 최근 친구들과 안면도로 봄나들이를 간 김모씨. 톨게이트에 다다른 순간 잔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카드결제를 위해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당연히 카드결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김씨에게 요금 징수원은 "카드결제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징수원은 "단말기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점차 확대되는 중이니 양해 바란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가능한 카드결제가 고속도로 통행료는 안 된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현금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카드를 거부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불쾌해 했다.
#사례2= 지방 출장 중 가족 중 한 명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송모씨. 평소 하이패스를 이용하지만 그날 따라 단말기의 전원은 켜지지 않았다. 정신 없이 운전대를 잡은 탓에 현금도 준비하지 못했다.
그간 선불카드나 현금만을 이용했던 송씨는 신용카드를 꺼낼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결국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맡기고서야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송씨는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고속도로 통행료도 카드결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왜 요금징수원이 이 사실을 안내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통행료의 카드결제가 불가능하다고 안내 받아 불편을 호소하는 피해사례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가 공공연히 카드결제를 거부하거나 통행료 카드결제에 대한 안내를 소극적으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절하는 것은 명백한 처벌행위다.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을 없애며 증거자료가 남지 않는 현금거래로 세금을 적게 내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기 때문이다.
확인결과, 한국도로공사 역시 명백한 카드 가맹점이었다. 도로공사는 지난 2008년 신한, 비씨, 롯데, 현대, 삼성, 국민, 외환, 하나 등 국내 8개 신용카드사와 협약을 체결했다. 현금소지와 거스름돈을 주고받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함으로 지난 2009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톨게이트에서는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있을까. 답은 취재과정 중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부처마다 신용카드 결제 여부를 두고 '된다', '안된다'로 정반대의 입장을 드러냈다.
도로공사 홍보처 관계자는 "카드 결제하는데 시간이 소요돼 지체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결제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결제 불가능에 대한) 민원은 없다"라며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평균 한대에 12초 정도 소요되는데 반해 신용카드로 결제할 시 1분이 넘게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난 실험결과도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통행료 수납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영업처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영업처 관계자는 "터치패스라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 있다"며 전국 톨게이트 어디에서나 통행료 결제에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내부관리자들 조차 헷갈리는데 요금징수원들에 대한 교육이 잘 이뤄졌을리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또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카드로 지불하기 위해서는 통행료 지불 기능이 첨가된 새 카드로 교체 발급받는 번거로운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일반 신용카드는 통행료 결제에 사용할 수 없다"며 "마그네틱을 긁어서 사용하는 카드결제 수단은 정체가 발생할 수 있어 단말기 터치 형식으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도로공사 측 "카드결제 하려면 전용카드 재발급해야"
그러나 민자고속도로인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의 경우 따로 교체 발급받는 과정 없이 평소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때 사용하던 교통카드를 이용할 수 있어 대조를 이뤘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그런 방식도 가능한데 아직 표준 마련이 되지 않았다"라며 "모든 카드가 사용 가능하도록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도로공사의 현금만 고집하는 행태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직장인 유모씨는 "도로공사가 현금징수를 위해 카드결제를 교묘하게 막은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라며 "결국은 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만 불편을 겪고 있지 않은가"라고 비난했다.
직장인 강모씨는 "기계를 도입해 신용카드 결제가 대중화 되면 인건비도 절약하고 거르름돈을 주고 받는 불편함도 사라지지 않겠느냐"라며 "통행속도로 빨라지고 비용도 절약될 텐데 도로공사가 너무 근시안적인 꼼수를 부리는 것은 아닌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